"굶주리다 못해 집단탈옥"…임계점 향하는 '北 식량난'
"교화소 3곳에서 2년간 700여명 죽어나가"
군인 배급량 감축…'부촌' 개성까지 아사자
통일부, '아사자 관측' 대통령실과 엇박자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의 식량난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신호가 계속 포착되고 있다. 각지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증언에 이어 굶주림에 시달리던 교화소 내 수감자들이 집단으로 탈옥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동향을 종합하는 통일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평가를 사나흘새 번복하며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2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평안도, 황해도 등 지방 지역 교화소에서 수십명의 수감자가 대거 탈출했다. 교화소는 남한의 교도소에 해당하는 구금시설로, 생활 여건이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며 교화소에 배급되는 식량이 부족해졌는데, 이마저도 중간 관리자들이 착복하면서 일부 수감자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했다고 한다. 특히 도주 과정에서 식량을 탈취하려 절도, 살인 등 범죄까지 저질러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당국은 탈옥이 발생한 교화소 주변으로 수개월째 야간 통행을 금지하고 불심검문까지 하고 있지만, 체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2년간 평안남도 개천교화소 등 수감시설 3곳에서 수감자 700여명이 아사하거나 병사했다는 소식도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난이 심화됐고 교화소 배식까지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수감자들은 잦은 구타와 고강도의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지만, 다쳐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정도로 의료지원도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교화소 내에 전염병이 퍼져 수십명이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군인 밥그릇까지 줄였다
북한은 지난해 봄 가뭄과 여름 수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 봉쇄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만t 감소한 451만t으로 조사됐으며, 예년 수준의 곡물을 외부에서 도입해도 수요 대비 80만t 이상 부족할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군인 1인당 곡물 배급량까지 줄였으며, 각지에서 다수의 아사자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부촌으로 꼽히는 개성에서도 굶어죽는 인민들이 나온다는 전언이다.
우리 정부는 자연재해와 방역 통제 외에 '정책적 실패'가 식량난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부터 당국 차원의 통제를 강화하는 양곡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분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당초 북한의 의도는 개인 간 곡물 거래를 단속하면서 수매 가격을 현실화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래가 위축되며 수급에 문제가 생겼고 장마당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까지 타격을 받아 결과적으로 식량 조달에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아사자 속출' 맞다, 아니다…평가 뒤집은 통일부
당초 통일부는 최근까지도 '아사자 속출'을 부정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사자가 속출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인권과 민생을 도외시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고 있음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북측의 아사자 발생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발표였다. 이튿날 통일부는 기존의 평가를 뒤집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입장을 내며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식량난"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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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당국자는 의견이 엇갈린 이유에 대해 "(권영세 장관의 발언은) 고난의 행군 시절만큼 대량의 아사자가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였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정황과 정보를 수집하고 관계 기관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발생 시점이 '최근'이라는 점만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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