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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민주적 자본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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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민주적 자본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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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타임스’ 수석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Martin Wolf)가 최근 저서 ‘민주적 자본주의의 위기(The Crisis of Democratic Capitalism)’를 출간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후, 현대 사회를 지탱해온 두 제도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어느 한쪽 없이는 다른 쪽도 존재할 수 없는 상호 공존의 관계이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울프는 심각히 우려한다.


그는 그 주된 원인을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에서 찾는다. 1980년대 초 이후 세계 경제의 두드러진 특징은 자산과 소득에서 불평등의 증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소득 불평등은 과거 반세기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선진국에서는 장기적인 경제구조의 변화로 일부 시민 계층들, 특히 미국에서는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 노동자들의 위상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 그들은 ‘지위 불안(status anxiety)’을 겪게 됐다. 이로 인해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충성도가 약해졌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가 결정적으로 기존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깼다.

문제는 ‘렌티어 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의 부상이다. 경쟁 부족으로 일부 기업들이 준독점적 이익, 즉 렌트(지대)를 창출하는 경제체제가 등장해 이들이 과도한 이익을 얻고, 그 기업 종사자들이 다른 근로자, 고객, 공급업체에 불이익을 주면서 과도한 급여를 챙기는 것이다. 그 결과 소득과 기회의 차이가 커지고, 렌트를 차지한 소수가 이를 이용해 정치와 법률 시스템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또 울프는 경제의 금융화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월가의 과도한 이익, 기업경영자들의 투자자에 대한 과도한 집중 등으로 경제적 악화를 촉진했다고 본다. 이로 인한 높은 불평등, 경제 불안, 경제 저성장, 금융위기 등으로 선진국 사회 엘리트들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이로 인해 포퓰리스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불평등, 불안, 버려졌다는 느낌, 관리 불가능한 변화의 두려움 그리고 불공정 감정이 크면 클수록, 민주적 자본주의 작동은 더 취약해질 것이다. 울프는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결국 자본주의의 건전성을 회복해야 민주주의가 다시 튼튼해질 수 있다. 부패, 불공정, 지도층의 거짓은 시민들을 결속하는 힘을 약화하고, 애국심 대신 깊은 냉소주의가 자리할 것이다.


적은 내부에 있다. 민주주의는 대다수 시민에게 기회, 안전, 존엄을 제공할 때 생존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민주주의 성공은 독립적이고 만족한 대규모의 중산층 존재 여부에 달려있다. 반대로 오직 성공한, 냉소적이고 탐욕적인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면 민주주의는 몰락할 것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혁신은 건강한 시민이 관건이라고 울프는 지적한다. 단지 소비자, 근로자, 사업가, 저축자, 투자자로서가 아니라 시민의식을 갖는 층이 두텁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민을 위해 민주국가는 복지, 교육, 안전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경영자들은 사회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정치는 소수가 아닌 모든 시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이 시민으로서 사고하고 행동할 때 민주주의는 번성한다. 지금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실패하고 자유도 사라질 것이라고 울프는 전망한다. 오랜 시간 글로벌자본주의를 지켜본 그의 위기의식을 그냥 간과하기에는 그의 무게가 너무 크다.

김동기 ‘지정학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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