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 영업 '약탈적'…10조 지원도 본질 밖"

“은행 성과, 중장기적 측정 고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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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이 독과점 환경 속에 약탈적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조원 규모 지원책도 본질에서 벗어났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들이 계속 있었다”면서 “(감독 당국이)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에서의 금리 경쟁, 상품의 다양화, 소비자 후생 증진 등의 측면을 조금 더 신경을 못 쓴 것이 아닌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 내지는 반성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지난 15일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문제의 본질에 조금 어긋나 있는 측면도 있다”며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의 경쟁 기능 실패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는 마당에, 문제는 이쪽에서 제기하고 있는데 저쪽에 있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대책이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보다 단순 자금 지원에 머무른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보다 훨씬 더 진정성이 있고 은행연합회에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과연 왜 국민들은 여전히 이에 대해서 신뢰를 못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고 지출된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해서 한번 살펴볼 수도 있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3년 후에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성과보수 체계 개편 방식을 묻는 말에는 “지배구조법 등에 근거한 법령에서 성과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서 “지금의 (은행의) 성과가 과연 개인 내지는 조직의 공으로 발생하는 건지 그리고 그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성과를 같이 나눠 먹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중장기적으로 지표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은행 과점체제에 대해서는 “주요 은행들 간에도 조금 더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에 대해서 더 고민을 해야 될 것 같다”면서 “4대 금융지주와 다른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외국계 은행 등 사이에서 실효적 경쟁이 일어나지 못했다면 왜 일어나지 못했는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