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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챗GPT에게 건네는 첫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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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떴다 사라진 기술들
대화형 AI 운명은 어디를 향하나

[시사컬처]챗GPT에게 건네는 첫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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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은 늘 기대와 우려를 함께 몰고 온다. 기술의 종류에 따라 기대는 천차만별인데 우려는 늘 비슷하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뺏고 능력을 저하할까 봐 걱정한다.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다. 내비게이션 덕분에 길치도 운전이 쉬워진 대신, 많은 사람이 굳이 길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노래방이 등장한 후 가사를 몰라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지만, 좋아하는 노래 몇 곡쯤 노랫말을 다 외우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 핸드폰이 나오기 전에 우리는 가족 친구 동료들의 전화번호를 술술 읊을 수 있었지만, 이제 필자만 해도 기억해낼 수 있는 번호가 대여섯 개 남짓이다. 분명히 우리의 몇몇 능력은 퇴화했다. 그러나 사는 데는 지장 없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 덕에 얻은 게 더 많다.


요즘 챗GPT를 위시한 대화형 인공지능의 등장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기본 원리라고도 할 수 있는 딥러닝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이루다 같은 다른 대화형 인공지능도 먼저 선보인 적 있지만, 챗GPT 정도로 ‘진짜 사람’에 근접한 적은 처음이었기에 반응이 전례 없이 뜨겁다. 수많은 분야에서 이용될 것이며 스마트폰만큼이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와 인간의 학습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나만 해도 매일 방송 큐시트를 써줄 인공지능 비서가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싶다. 신곡을 모니터하거나 자꾸 잊혀가는 옛 노래들을 기억할 필요도 없겠지. 비 오는 밤, 이소라의 ‘신청곡’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다음 노래를 인공지능이 골라준다면? 신작 웹소설 플롯을 인공지능이 대신 써준다면? 아무래도 조금 게을러지고 멍청해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산기나 컴퓨터가 혁명적인 도구가 되어준 것처럼, 미디 프로그램 덕분에 케이팝은 물론이고 전자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야심만만하게 등장했으나 흔적 없이 사라진 것들이 좀 많아야지. 한때 영화계의 미래처럼 여겨졌던 3D 영화는 이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외엔 시도조차 드물다. 지금 10대, 20대들은 ‘시티폰’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테지. ‘유비쿼터스’는?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원래 예상했던 방식과 달리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물건이 등장하면서 유비쿼터스라는 말 자체가 폐어처럼 사라졌다. 전기차도 원래 기세처럼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부 몰아낼지, 아니면 일부만 대체하게 될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사실 챗GPT는 이미 수백 년 전 동화에 등장한 적 있다. 동화 ‘백설공주’에서 못된 왕비는 어떤 질문을 던져도 답을 내놓는 마법의 거울을 갖고 있었다. 바로 그 거울이 지금 우리 앞에 걸려있다. 왕비는 늘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가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당신이 묻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 나는 챗GPT에게 이 질문을 제일 먼저 해보고 싶다.

"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 같니?"


발 빠른 누군가는 낭만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대화 기능을 탑재한 ‘마법의 거울’ 생산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쯤 장만해두고 싶긴 하다. 이런 칼럼도 뚝딱 써주려나? 끙. 그럼 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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