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ASML "中 직원이 반도체 기술 탈취"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중국 지사에 근무했던 중국인 직원이 반도체 독점 기술을 탈취한 것을 발견해, 네덜란드와 미국 정부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이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나서고 네덜란드가 동참한 가운데 드러난 첫번째 사건으로, 미·중 간 긴장 관계를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SML은 15일(현지시간) 자사에서 근무했던 중국인 전 직원이 수개월에 걸쳐 반도체 기밀 정보를 도용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수출통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건을 네덜란드와 미국 정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에는 문서가 포함됐다. ASML은 "(반도체 정보) 도용이 회사 사업에 중요하진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노광장비 시스템과 관련된 기술 정보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현재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이처럼 크고 널리 알려진 기업이 경제 스파이 행위의 타깃이 됐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의 ASML 반도체 기술 도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SML은 지난 2021년에도 중국 둥팡징위안이 자사 특허를 침해할 수 있는 제품을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둥팡징위안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을 위해 지정한 강소 기업 중 하나다. ASML은 이 회사가 앞서 기술을 탈취해 미국에서 8억4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XTal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네덜란드 반도체 기술 탈취 소식은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창 고조되는 가운데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대중 포위망 강화를 위해 동맹국인 네덜란드, 일본의 동참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ASML은 네덜란드 정부의 금수 조치로 2019년부터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구세대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 수출하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ASML 장비 없이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렵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결국 '파업 할까봐' 웨이퍼 보관함까지 밖으로 꺼...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번 보안 사건은 ASML과 네덜란드 정부에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다"며 "그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 갇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스파이 사건으로 미중 간 긴장관계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짚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