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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파국으로 치달은 손흥민과 장기영 '11년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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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장기영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 대표는 우리 축구 '간판스타' 손흥민 탄생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30년 넘게 독일에서 살아온 그는 손흥민이 2008년 독일에 정착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핫스퍼에서 활약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손흥민과 그의 가족을 도왔다. 2019년 11월 관계를 끊기까지 무려 11년을 함께 했다. 관계는 각별했다. 손흥민이 쓴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에선 장 대표가 많이 등장한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뛰던 시절 팀 동료와 '주먹다짐'을 한 사건을 두고 장 대표는 "두 번은 안 된다"면서도 "잘했다"고 격려한 일화가 나온다. 차별과 무시가 따르는 유럽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맞선 손흥민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11년간의 동행은 금이 가기 시작해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장 대표가 있는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는 손앤풋볼리미티드를 상대로 계약 해지에 따른 정산금 및 손해배상금 27억여원을 구하는 소송을 내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손앤풋볼리미티드는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씨가 손흥민의 매니지먼트 등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1심은 사실상 손앤풋볼리미티드의 손을 들어줬다.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고 일부 정산금 2억4700만원만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에 주라고 판결했다. 재판은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가 항소하면서 2심으로 가게 됐다.

손흥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손흥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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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통해 본 사건의 재구성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대략적으로 이렇다.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는 사건 당시 스포츠유나이티드(유나이티드)라는 상호를 썼다. 유나이티드는 2018년 7월 손흥민, 손앤풋볼과 독점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손흥민의 국내외 광고체결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 손흥민의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이를 허락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손흥민과 전속계약이 돼 있는 손앤풋볼이 유나이티드에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였다.

약 1년이 지난 2019년 6월5일 장 대표는 회사를 드라마 제작사·매니지먼트를 겸하는 앤유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 수순으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주식은 체결과 동시에 49%만 대금을 지불받은 뒤 넘기고 나머지 51%는 같은 해 12월에 주기로 했다. 유나이티드는 이 사실을 2019년 6월 공시했고 대표이사도 교체됐다.


이를 알게 된 손흥민은 2019년 11월21일 장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실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아무런 상의 없이 앤유측이 사업설명회에서 손흥민의 이미지를 자료에 싣고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사실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장 대표와 유나이티드는 하루 뒤 사업설명회 건을 귀책사유로 삼아 앤유에 주식매매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독점 에이전트 계약이 손흥민의 일방적인 해지로 깨져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스포츠유나이티드 [사진=스포츠유나이티드 홈피 캡쳐]

스포츠유나이티드 [사진=스포츠유나이티드 홈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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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계약서 서명 조작 가능성"… "신뢰 깨졌다"

재판에선 우선 2018년 7월 작성됐다는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에 남긴 손흥민, 손웅정씨의 서명이 조작됐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는 손흥민측과 유나이티드 간 신뢰관계를 확인하는 잣대였다. 동시에 애초부터 양측의 민사상 계약이 성립됐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요소였다. 이 계약서와 계약에 문제가 없다면 주식매매계약 역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 유나이티드로선 독점 계약한 이른바 '고객' 손흥민과 관련된 업무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지켜야 할 책임이 있고 주식매매계약도 이런 이유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어서다.


손흥민, 손웅정씨는 계약서에 사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유나이티드는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추천한 전문가 2명으로부터 필적 감정도 받았다. 이 중 1명이 필적이 조작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손흥민이 바쁜 관계로 대신 사인을 해준 인물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는 "손흥민의 서명을 흉내낼 수 있는 타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계약서도 2019년 5~6월께 유나이티드가 광고계약을 따내기 위해 급조한 서류로 보이기까지 한다고도 판시했다.


계약서 서명은 조작이 의심스럽지만 계약 자체는 '원고가 손흥민과 그 가족에게 국내외 생활 편의를 제공하면 손흥민 측이 광고대금의 10%를 보수로 지급한다'는 위임계약 내지는 위임 유사계약이 포함된 '혼합계약'으로 인정했다. 실제 에이전트로서 손흥민측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했고 보수가 지급되고 남긴 인보이스들을 참작했다.


다만 손흥민의 계약해지 통보는 적법했고 오히려 계약 파탄의 귀책사유는 유나이티드에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유나이티드가 손웅정씨에게 회사 매각과 관련해 주식 매도 등 중요한 내용에 대해선 추후에 알렸던 것으로 보이고 손흥민 입장에선 유나이티드의 매각으로 자신이 축구선수로서 운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음을 인정했다.


이런 판단들을 토대로 재판부는 손흥민의 광고계약 건들 중 손앤풋볼리미티드가 주도한 계약들을 제하고 유나이티드가 추진한 것으로 인정되는 계약들만 추려 정산금 2억4700만원을 정했다.

손흥민, 손웅정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손흥민, 손웅정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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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툴 소지 많이 남아… 2심도 치열한 '공방' 예고

2심에서 양측은 더 치열한 공방을 예고한다. 1심 판결이 났지만 여전히 다툴 만한 소지가 있는 쟁점들이 많아서다.


우선 왜 손웅정씨가 유나이티드와 앤유 간 주식매매계약에 동의했느냐에 대해 아직 의문이 남았다. 유나이티드는 손씨가 축구아마데미 설립, 운영자금 부족분을 손흥민의 광고촬영으로 얻은 수익으로 메우려던 차에, 유나이티드 대표가 바뀌면 해외 광고촬영 기회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생겨 주식매매계약에 호응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유나이티드측이 구체적인 내용을 손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손씨의 속내는 더 묻지 않았다.


회사의 사정변경을 관계자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고지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2심에선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유나이티드는 주식매매계약을 '주주 변동사항'으로 손흥민측의 사전 동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계약 내용은 대외적으로 공시도 됐다. 하지만 1심은 이를 계약 해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로 나눠서, 주식매매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한 신뢰 파괴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인정했다.


손흥민이 계약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2019년 11월21일 당시는 유나이티드가 주식의 49%만 앤유에 넘긴 상태로 아직 경영권은 장 대표가 갖고 있었고 얼마든지 주식매매계약은 파기될 여지가 있었다는 점도 다시 다퉈 봐야 할 부분이다.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상의 손흥민, 손웅정씨의 서명도 2심에서 재차 감정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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