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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성공모델' 쟈러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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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며칠 전부터 중국 내에서는 대형 마트 체인점 쟈러푸(家樂福)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았다. 쟈러푸는 프랑스의 유명 유통기업 까르푸가 1995년 중국 본토에 진출하며 붙인 중국식 법인명이다. 2019년에는 법인 지분 80%를 현지 유통 공룡인 쑤닝(蘇寧)그룹이 인수하면서, 사실상 중국회사가 됐다.


시장 철수 소문은 꽤나 구체적이고 근거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장 수 급감이다. 쑤닝의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동안 쟈러푸는 신규 매장을 한 곳도 열지 않았고, 반대로 폐점시킨 매장 수는 54곳에 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개장 당시 '아시아 최대 슈퍼마켓'으로 유명했던 베이징 중관춘 매장이 영업 18년 만에 문을 닫았다. 전체 매장 수는 2021년 말 205곳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151개로 26% 급감했다.

텅 빈 중국 내 쟈러푸 매대 모습 (사진출처=웨이보)

텅 빈 중국 내 쟈러푸 매대 모습 (사진출처=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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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중국 내 쟈러푸 매대 모습 (사진출처=웨이보)

텅 빈 중국 내 쟈러푸 매대 모습 (사진출처=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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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매장 내에서도 조짐이 나타났다. 광저우의 한 점포는 문은 열었으나 매대에 물건이 동나 텅텅 비어있었고, 델리 코너에는 조리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기존에 구매한 '선불카드'로는 결제를 할 수 없다는 방침까지 전해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소문이 기정사실화됐다. 베이징과 청두 매장의 텅 빈 선반 사진도 인터넷상에 퍼졌고, 쟈러푸는 급기야 지난달 30일 영업 조정을 이유로 전국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후 마트에서 사용하는 '선불카드'를 가진 고객들이 환불을 위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현지 언론을 통해서는 쟈러푸가 다수의 신선식품 공급사에 대금을 체납한 상황이며, 이 문제로 물건 공급이 끊겼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지난 4일 쟈러푸 관계자는 "중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으며, 공급망 조정과 일시적 자금 문제로 선불카드 결제가 제한적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선불카드 환불 행렬은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쟈러푸의 쇠락은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 기업들과 중국 통상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쟈러푸는 오랜 시간 '현지화 성공의 교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테스코,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규모 유통 기업이 중국에서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퇴장하는 사이, 쟈러푸는 외국계임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몸집을 키우며 중국의 '국민마트' 대열에 오른 게 사실이다.

과거 쟈러푸의 성공 요인은 프랑스식 하이퍼마켓 모델을 중국에 '최적화' 시키고, 중국인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제공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불확실성과 종잡을 수 없는 행정, 까다로운 애국주의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추는 데에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쇠락의 요인도 정확히 여기에 찾을 수 있다. 자체 유통·배송망을 갖춘 중국 알리바바 계열 '허마(盒馬)' 등 창고형 대형마트의 등장과 크고 작은 소매점이 대규모 배달 기업과 결합하며 영업 저변을 넓히는 사이, 쟈러푸는 기존 모델에 의지한 채 허송세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중심의 대면 소비 수요는 급감했다. 최적화와 수요 파악 전략이, 이번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쟈러푸의 누적 순손실은 45억4500만위안(약 8440억원)이다. 쑤닝의 2019년 쟈러푸 지분 인수가(48억위안)에 맞먹는 금액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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