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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인 줄 알았던 이상 신호…'세계 첫' 양자물질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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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학과 교수 연구팀
네이처 피직스에 논문 게재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학과 교수는 2015년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 초빙돼 알루미늄(Al) 초천도체 조셉슨 소자 기반 양자컴퓨터 소자(qubits)를 연구하다 깜짝 놀랐다. 예상과는 달리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신호가 관측된 것이다. 처음엔 실험 오류나 소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실험을 처음부터 전부 다 다시 수행했다. 그런데 다른 소자를 사용해도 측정값은 같았다. 임 교수는 "새로운 발견일 수 있다"고 직감했다.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 구름의 응축 현상을 통해 새로운 양자 물질을 찾았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임 교수의 이야기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는 7일 임현식 동국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작성한 스핀구름 응축 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양자 물질 발견 논문을 표지 논문으로 게재했다. 사진제공=임현식 동국대 교수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는 7일 임현식 동국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작성한 스핀구름 응축 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양자 물질 발견 논문을 표지 논문으로 게재했다. 사진제공=임현식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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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이후 김은규 ㆍ신상진 한양대 교수,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 등과 함께 공동 연구에 매진해 마침내 이같은 독보적 성과를 거뒀다. 스핀구름(콘도구름)이란 금속이나 반도체 내에 자성을 가리기 위해 형성된 자유 전자를 말한다. 전기 저항이 없어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활용이 가능한 고온 초전도 현상에서 스핀구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응집물질물리학 분야에서 스핀구름 형성과 더 나아가 이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새로운 양자 물질에 대한 연구는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가 많다.


연구팀은 양자컴퓨터 소자 관련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실리콘 금속에서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특이한 신호를 발견했다. 이를 소자나 측정기기의 오류가 아닌 새로운 양자역학적 물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스핀구름에 관한 연구는 극저온에서 측정해야 하는 제약 등 여러 실험적 어려움과 해석의 한계로 인해 선행 연구가 극히 적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2015년부터 수년간 연구를 지속해왔다. 당시만 해도 극저온 소자 실험과 최첨단 소자 공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실험실이 많지 않았다. 매년 방학기간 동안 일본 RIKEN을 방문해 눈치를 보며 연구를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임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들도 최첨단 국제 공동 연구를 경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좋았다"고 술회했다.


(그림1) a, 금속에 형성된 독립된 스핀 구름 (콘도 구름) 및 b, 스핀 구름들의 응축을 설명하는 이미지. 
금속에 형성된 스핀 구름들의 밀도가 적은 경우 스핀 구름들은 기존에 잘 알려진 콘도 효과 (자성 불순물과 ? 주변 전자의 스핀-스핀 산란 때문에 전기 저항이 임계 온도에서 커지는 현상)를 나타내며, 스핀 구름들이 충분히 많아 서로 중첩된 응축 현상을 보이는 경우 쿠퍼-쌍이 없는 초전도체와 유사한 새로운 양자 물질이 형성될 수 있다. 그림제공=동국대 임현식 교수

(그림1) a, 금속에 형성된 독립된 스핀 구름 (콘도 구름) 및 b, 스핀 구름들의 응축을 설명하는 이미지. 금속에 형성된 스핀 구름들의 밀도가 적은 경우 스핀 구름들은 기존에 잘 알려진 콘도 효과 (자성 불순물과 ? 주변 전자의 스핀-스핀 산란 때문에 전기 저항이 임계 온도에서 커지는 현상)를 나타내며, 스핀 구름들이 충분히 많아 서로 중첩된 응축 현상을 보이는 경우 쿠퍼-쌍이 없는 초전도체와 유사한 새로운 양자 물질이 형성될 수 있다. 그림제공=동국대 임현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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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실리콘 금속에서 관측된 것은 물질의 상(相) 중 고체, 액체, 기체, 플라스마(Plasma)에 이어 1990년대에 발견된 '보스ㆍ아인슈타인 응축' 상태 특성을 갖는 새로운 물질임을 분광학 및 전기 전도도 측정을 통해 밝혀냈다. 실리콘 금속을 이용하여 극저온(1켈빈(K), 섭씨 영하 272.15도)에서 스핀 구름들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 물질이 존재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규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금속 및 반도체에서 스핀-스핀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고온 초전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학과 교수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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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스핀 구름들의 응축상은 온도, 자기장 및 주변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센서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스핀-스핀 간의 양자 얽힘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양자 정보 기술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수 금속에서 스핀 구름들의 농도를 조절해 스핀 구름들의 응축 정도에 따라 양자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자성 불순물과 주변 전자들의 상호 작용이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실험적으로 관측하고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게 수행할 가장 중요한 연구"라며 "또 다른 양자 응축상태를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양자 소자 기술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속 연구를 통해 순수 금속에서 스핀 구름들의 농도 변화에 대한 다양한 스핀 구름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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