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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다시 떠올리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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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다시 떠올리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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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정○○ 90점, 김△△은 65점.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억지로 점수를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단순히 수치로 된 점수로 매기기엔 각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너무도 소중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점수와 순위가 중요하다고 배우며 자랐다. 성인이 되어 직장에서도 점수가 매겨지는 업무평가를 받는다. 대학 간에도 매년 순위를 매기고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어떤 분야에서 세계 몇 위라는 수치는 언제나 중요하다. 개인과 국가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순위와 점수에 매몰되어 왔다.

순위 사고는 물론 장점도 많다. 선의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고, 더 나아지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국 사회가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도 점수와 순위 중심의 경쟁적 사고가 크게 기여했던 것이 사실이다.


순위 사고는 우리 사회에 부작용도 많이 남겼다. 무엇보다도 쏠림과 불균형을 가져왔다. 모두가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좁은 문으로 쏠린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결국 소수만 성공하고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은 루저가 되도록 만든다.


이제는 점수와 순위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할 때가 되었다. 학업성적 상위 20%와 하위 20%를 두고 한번 생각해보자. 어느 학생이 과목 성적은 하위 20%일지라도 다른 뭔가의 재능은 상위 20%, 아니 상위 2%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성적만 중시하다 보면 그 학생의 숨어있는 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에서는 점수 기준 상위 10%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 90% 이상의 학생들은 패배 의식에 쌓이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뾰족한 다른 방법을 못 찾아 애써 모른 채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좋은 사회를 만드는 시작은 모든 개개인을 소중히 여기기로 마음먹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그 바탕 위에서 개개인의 다양성과 잠재력, 각자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시스템을 끈기 있게 만들어가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도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세상이 강요하는 점수와 순위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애써 끄집어내지 않았을 뿐, 자신만의 밝고 행복한 인생을 열어갈 가능성의 힘은 이미 각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다. 그것을 스스로 찾고 키워야 한다.


프로스트가 노래했듯이 우리 인생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남들이 가는 평균 경로, 표준 경로를 추구하면서 남과 비교하며 웃고 울고 하는 길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처음에는 찾기 어렵고 시간이 걸리지만 나에게 맞는 나만의 길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전자의 길을 주로 걸어왔다. 이제부터는 우리 모두 후자의 길을 추구하자.


그것이 소수만 살아남는 쏠림 사회를 넘어 모두가 행복한 개성사회로 가는 길이다. 쏠림과 불균형을 극복하고 분산과 균형을 가져오는 성숙사회로 가는 길이다. 지난 60여년간 쏠림 사회, 성장사회를 향해 우리 사회가 열심히 달려왔듯이 이제는 개성사회, 성숙사회를 향해 다양성의 에너지를 발산할 때다. 그것이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새로운 길, 더 나은 길이다.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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