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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 시대 저물었나…금융지주 CEO 물갈이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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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NH농협·BNK금융 선장 교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장기집권시대가 저물고 있다. 당국의 잇단 압박에 연임을 염두에 뒀던 CEO들이 중도낙마·용퇴를 선택하면서다. CEO들이 무리한 연임을 시도한데 따른 극약처방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일각선 신관치(新官治)가 아니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우리·NH농협·BNK금융지주 등 4개 은행계 금융지주회사의 CEO가 용퇴를 선언했거나 중도 낙마했다. 국내 8개 은행계 금융지주회사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JB·DGB) 중 절반에서 리더십 교체가 현실화 된 셈이다.

전주곡을 울린 것은 BNK금융지주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녀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지완 전 회장이 중도 사퇴해서다. 김 전 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후보 대선캠프에서 경제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다. BNK금융 새 회장으론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내정됐다.


본격적인 교체의 신호탄은 신한금융지주가 쏘아올렸다. 신한금융지주에선 조용병 회장이 전격 용퇴를 선언,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내정됐다. 금융권에선 조 회장의 3연임 의지가 비교적 뚜렷했고, 실적 등 여러면에서 걸림돌이 많지 않았던 만큼 이를 '이변'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용퇴 이유에 대해 라임 사태 등을 거론하면서 "누군가가 총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후 NH농협금융지주에서도 연임 도전이 유력시 됐던 손병환 전 회장이 물러나고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새 회장 자리에 올랐다. 화룡점정은 우리금융지주였다. 당국의 지리한 대치 끝에 손태승 회장이 지난 18일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하겠단 의사를 밝히면서다.

2010년대 들어 금융권에서 CEO의 장기집권은 일종의 '뉴 노멀'이 됐다. 특히나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유례없는 4연임에 성공하며 10년(2012~2022년)간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하나금융지주를 이끌었다. 업계선 금융당국의 '관치'가 예전만큼의 힘을 잃은 것이 이같은 장기집권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금융권 4대 천황', 박근혜 정부 시절엔 '서금회' 등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문제가 되자 문재인 정부 시기엔 민간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관철시켰으나, 이것이 되레 금융사의 '내치(內治)'로 이어졌단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정부 시절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관치의 손을 놓은 것이 되레 금융권력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면서 "재벌 대기업 회장들이 사회적 물의에 2선 후퇴 등 최소한의 제스처를 취하는 반면, 금융지주사 CEO들이 크고 작은 금융사고에도 장기집권을 선택한 게 그 방증"이라고 짚었다.


다만 최근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이 당국의 압박 제스처에 줄줄이 용퇴를 선언한 데 대해선 신 관치로의 회귀가 아니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제는 연임 그 자체가 아니라 크고 작은 금융사고에도 CEO들이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신 관치로의 회귀는 과거 악습을 답습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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