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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배당]①순익 80조 늘 때 주주 몫은 4조 감소..인색한 현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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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상장사 2019~2021년 배당금 분석
순이익 급증에도 배당은 오히려 줄여

편집자주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짠물 배당’이다. 국내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지만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꼴찌 배당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금융당국이 선(先) 배당금 결정, 후(後) 주주 확정 등의 내용으로 배당제도를 바꾸려고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의 태도다. 배당성향이 낮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지난 3년간 현금배당 총액과 현금배당 성향을 분석해 국내 기업 배당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내로라하는 대기업마저도 배당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너도나도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겠다고 공언했지만,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순이익이 늘어도 현금배당을 하지 않거나 배당금을 줄인 사례가 적지 않았다. 3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시가총액(2022년 12월20일 종가 기준) 100대 기업의 3개년(2019년~2021년) 현금배당 총액과 현금배당 성향을 분석한 결과다. [관련기사] '짠물 배당'


특히 순이익이 대폭 늘었는데도, 배당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현금배당 총액은 2019년 24조7906억원에서 2020년 36조829억원으로 45.6% 늘었지만, 2021년에는 32조3999억원으로 10.2% 줄었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59조5315억원에서 70조4627억원으로 18.4%, 2021년에는 155조9281억원으로 121.3%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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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탓에 현금배당 성향도 낮아졌다. 2019년 41.6%에서 2020년 51.2%로 늘었지만, 2021년에는 20.8%에 불과했다. 통상 주주환원 정책에 민감하게 마련인 국내 간판 기업들의 민낯이다.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계한다면 현금배당 성향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무제표상 3년 동안 현금배당이 없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카카오뱅크·두산에너빌리티·현대중공업·대한항공·크래프톤·카카오페이·SK바이오사이언스·하이브·SK바이오팜·한국조선해양·SK스퀘어·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SK아이이테크놀로지·카카오게임즈·HLB·현대로템 등 19개사였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대한항공은 2021년 적자에서 벗어났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국조선해양·HLB는 적자라 배당 여력이 없었다.

최근 상장한 곳도 여럿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3월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8월에 카카오뱅크·크래프톤이, 11월에는 카카오페이가 상장했다. 2020년 8월에 SK바이오팜이, 9월에 카카오게임즈·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10월에는 하이브가 증시에 발을 디뎠다. SK스퀘어는 2021년 11월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해 출범한 중간지주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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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를 냈거나 최근 상장한 기업을 빼고 3년 내내 배당을 하지 않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1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63.3% 늘었지만 주주에게는 인색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47.5% 증가했지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현대로템은 2019년 적자를 냈지만 이후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2021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4.4%나 늘었는데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국내 간판급 대기업마저도 배당에 소극적인 탓에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배당 꼴찌'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100대 상장사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어난 2021년 한국의 배당성향은 19.14%에 불과했다. 영국(48.23%)·독일(41.14%)·프랑스(39.17%)·미국(37.27%)·중국(35.01)·일본(27.73) 등보다 현저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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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에 최종 수치가 나올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현금배당 총액과 현금배당 성향은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유동성 확대 영향으로 2021년 국내 기업의 이익(MSCI Korea 주당순이익(EPS) 기준)은 2020년 대비 88% 증가했지만, 지난해(2022년 11월 말 기준)의 경우 2021년 대비 15% 감소가 예상된다. 경기 침체로 기업 이익이 줄어들 올해 역시 배당 감소가 예상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 이익이 2021년 대비 15%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배당성향은 약 24% 수준"이라며 "글로벌 기업 대비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으로 좁혀도 연간 배당수익률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0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2.59%다. LG에너지솔루션(0.10%)·삼성바이오로직스(0.00%)·SK하이닉스(1.85%)·삼성SDI(0.17%)·LG화학(1.67%)·현대차(3.47%)·네이버(0.47%)·기아(5.42%)·셀트리온(0.45%) 등도 저조한 수준이다.


금융당국, 배당제도 개편 나서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금융당국이 배당제도 개편에 나섰다. 국내 투자자들은 현재 기업의 실적을 예상하고, 지난해 배당성향을 검토해서 배당금을 추정해 주식을 살지 말지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금융당국은 '선 배당금 결정, 후 주주 확정'으로 배당제도를 손질할 방침이다. 배당금의 예측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배당이 활성화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기업이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배당 압박은 기업 가치 상승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선진국 기업 대비 낮긴 하지만 배당 압박이 강해지면 기업의 자율적 계획과 자금 활용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268곳의 2022년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14조18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2조1110억원) 대비 77.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자금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배당 여력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지나친 배당은 기업 미래 경쟁력 악화 요인"

재계 고위 관계자는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현금을 배당금 지급에 많이 쓴다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배당 결정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 등 일부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미래 투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배당에 소극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당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고, 기업이 주주 보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경영상황에 악영향을 주거나 배당 자체가 재무적인 부담으로 작용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은)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기 때문에 지급 여부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으며, 기업의 상황과 경기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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