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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씨네]'영웅' 뮤지컬 옮길 결심, 윤제균의 뚝심

최종수정 2022.12.09 11:01 기사입력 2022.12.09 11:01

[이이슬의 슬기로운 씨네리뷰]
영화 '영웅' 리뷰
뚝심의 캐스팅 정성화
원작 장점 영리하게 활용

뮤지컬 '영웅' 스틸.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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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누가 죄인인가, 누가 영웅인가.'


절절한 노래가, 가슴 저린 외침이 관객을 울린다. 뮤지컬 '영웅'을 스크린에 옮길 대찬 결심을 한 '쌍천만 감독' 윤제균이 자존심을 세웠다. 어려운 길이다. 뮤지컬 영화인데다, 2009년 초연 후 14년간 공연된 원작의 존재감이 뚜렷해 '잘해도 본전' 아니냐는 염려도 나왔다. 감독은 뚝심 있게, 우아하게 일각의 우려를 날렸다. 오리지널리티를 존중하면서도 연출자 특유의 장기가 빛난 영화 '영웅'이다.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하얀 설원에 앉는다. 동지들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으로 조국 독립의 결의를 다진다. 이토 히로부미를 3년 이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피로 맹세한다.


세월이 흐른 후, 안중근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다. 동지 우덕순(조재윤), 명사수 조도선(배정남), 독립군 막내 유동하(이현우), 마진주(박진주)와 함께 거사를 준비한다.


설희(김고은)는 정체를 감추고 일본인으로 위장해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한다. 목숨을 걸고 정보를 수집하던 그는 이토가 곧 러시아와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기밀을 듣게 되고, 이를 독립군에게 은밀하게 알린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후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친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전쟁 포로가 살인의 죄목을 뒤집어쓰고 일본 법정에 세워진다.


'영웅'은 정성화에, 정성화를 위한, 정성화에 의한 영화다. 윤제균의 탁월한 안목은 이번에도 빛난다. 감독의 뚝심이 통했다.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을 오래 공연해왔기에 넘버에 대한 이해도, 안중근 의사의 서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배우라는 인상을 준다. 중요한 건, 영상화 과정에서 디테일과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 만약 다른 배우가 원점에서 배역을 설계했다면, 전혀 다른 안중근 의사가 탄생했을 것이다. 무대와 매체의 차이를 이해하고, 발성부터 감정의 디벨롭까지 탁월하게 표현한 정성화의 노력이 빛난다.


뮤지컬 '영웅' 스틸.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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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라인' 박진주·이현우의 등장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다양한 얼굴로 채우려는 시도도 괄목할 만하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만두'가 등장한다. 갓 쪄낸 만두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표현하는 등 영화의 장점을 살려 재탄생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일등 공신은 박진주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가창력을 선보인바. 유쾌한 넘버를 익살스럽고 재치 있게 소화한다.


특히 뮤지컬 넘버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원작에서 오래 사랑받아온 넘버인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등을 편곡해 완성했다. 웅장함은 살리고 비슷하면서 다르게 관객을 웃고 울린다. 현장 라이브 녹음을 고집해 촬영한 것이 '신의 한 수'다. 입 모양과 반주 등 싱크를 맞추며 완성도를 높였다. 롱테이크 촬영과 공연의 막을 전환하듯이 연출한 편집도 인상적이다.


뮤지컬 '영웅' 스틸.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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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캐릭터를 120분 안에 다 충분히 살리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꼭 모든 캐릭터의 서사가 다 설명돼야 좋은 영화는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했느냐다. '영웅'은 군더더기 없는 부분은 걷어내고 서사와 넘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자칫 애국주의에 매몰될까 우려도 나왔지만, 이만하면 볼 만하다. 독립군의 투쟁이 더하는 울림과 실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여사의 대의를 위한 희생은 가슴을 툭 친다. 나문희가 등장하는 순간 엄청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다소 투박해도,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아도 진심은 언제나 관객을 울리는 법이다.


윤제균 감독은 창작 뮤지컬의 IP(지식재산권)를 충무로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또 하나의 길을 개척한 것이다. 흥행까지 성공한다면 '영웅'의 시도는 더욱 빛날 것이다. 이 용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돼 성공했다. 윤 감독도 그 길을 걸을까. 한국판 '레미제라블'로 비견될 만큼 훌륭하다. 러닝타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12월 21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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