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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하지말아야 할 일에 대한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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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하지말아야 할 일에 대한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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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Bill Evans)를 좋아한다. 뉴욕 거리를 혼자 걷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연주했다는 ‘Peace Piece’나 자신만의 트리오를 만든 뒤 발표한 ‘My Foolish Heart’도 듣고 있노라면 그 고즈넉한 우울함이 너무 편안하다. 그의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느끼는 아직 햇살이 남은 초가을의 저녁 같은 이 편안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피아노 연주는 악보에 표기된 음에 해당하는 건반을 정확하게 누르는 일이다. 그러나 소리와 소리 사이에는 아주 짧지만 미세한 단절이 있다. 단절은 때로는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이 전달하는 정서는 악보에 표시된 음을 정확하게 내는 것만이 아니라 한 음표와 다음 음표 사이의 때로는 비어있고 때로는 비어있지 않은 그 시간이 이루는 조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악보에 표기된 음을 정확하게 건반 위로 옮겨 소리를 내는 것과 아예 소리를 내지 않는 것 말이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세상에는 이를테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해야 할 일을 잘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도 그렇다. 정부도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자칫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하면 해야 할 일을 한 보람과 성과도 사라지고 아예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늘어난다.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에는 할 수 없는 일도 포함된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면서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다. 특정 지역만을 골라 집값을 잡는 일도 아예 할 수 없는 일이었고 투기를 막기 위해 단기간에 세금을 급격히 인상하는 것도 일시적 효과뿐인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오히려 민간임대등록제도로 다주택자의 갭투자를 사실상 장려해버린 것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일이었다.


이런 식의 정책 시행은 지금도 여전하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국가 목표라면서 전기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 현실화는 여전히 미루고만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겠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각종 규제로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의 발목을 잡는다. 수요를 줄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정작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들에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한다.


시장을 무시한 정책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지속이 가능하지 않으며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한다. 물론 시장이란 국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운영될 수밖에 없는 제도다. 그래서 정부는 재산권의 보호 범위를 설정하며 독과점에 대한 규제 등을 통해 시장지배력의 한계 등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시장이 작동하고 나면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감시하고 규율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착한 의지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선의에서 시작된 법정 최고금리 정책은 의도와 달리 저신용 서민들을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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