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생환’ 봉화 광부 박정하씨 “사고는 안전조치로 예방할 수 있다”
라디오 인터뷰서 구조 소감 “암벽에 흐르는 물로 버텼다”
“자는 도중 소리 지르기도 … 트라우마 남아”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열흘째인 4일 밤 극적으로 구조된 선산부(작업 반장) 박정하(62)씨가 5일 병원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생환한 27년차 배테랑 광부 작업조장 박정하씨(62)가 구조 이후 소감을 밝혔다.
박씨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립 당시 가장 힘들었던 일에 대해 "배고픔이다"라며 "추위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은 자재 덕분에 피할 수 있었는데 먹는 게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식수로 가지고 왔던 3분의 1통의 물도 떨어졌다"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암벽 틈에 물통을 대고 물을 받아 마셨다. 저는 괜찮았는데 동료는 물이 안 맞는다고 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달 26일 보조작업자 박장건씨(56)와 함께 작업을 하던 중 오후 6시쯤 갱도 붕괴로 고립됐다. 이후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밤 11시3분 지하 갱도 295m 지점에서 구조됐으며 현재 경북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박씨는 몸 상태에 대해 "근육이나 그런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면서도 고립 당시 받았던 극심한 스트레스로 트라우마가 남았다고 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받았던 트라우마가 조금 있는 것 같다"며 "자는 도중에 소리도 좀 지르고 또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행동 자체도 좀 막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 직전 체념 상태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구조되기 직전 (헤드램프 배터리가 부족해서) 마지막으로 이 갱구, 저 갱구 헤드램프가 남아 있는지 다녀보자며 올라가는 도중에 헤드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그게 완전히 꺼졌다"며 "그때 내려와서 불을 붙여서 옷을 말리면서 동료에게 처음으로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지 20분도 채 안 돼서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며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옆에 친구(박장건씨)한테 소리를 들었나 하니까 '아무 소리 못 들었다'고 했지만 발파 소리를 들었으니까 일단 뒤로 좀 물러나 대피하자며 안전 모자를 쓰고선 한 10m 정도 뒤로 후퇴하고 있는 도중에 꽝 하면서 불빛이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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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박씨는 안전조치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전국의 광산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저께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이 왔더라"며 "(비서관에게) '실질적으로 안전한지 가서 두들겨보고 만져보고 (해 달라)' '옷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그냥 왔다 가는 형식으로 하지 말고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걸 꼭 좀 보고를 해 달라'는 부탁을 제가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왜 죽었는지, 왜 이런 위험한 일에 처해 있는지 이런 것들은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며 "(하지만) 겉핥기식으로 건너가다 보니까 예고 없는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고 이런 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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