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재전망]①韓 정부·기업에 의견서 받은 美…"조건 완화 요청 통할까"
IRA 내 車 부품 세부 규정 등 불명확, 업계 혼란
광물 생산 국가, 美 또는 美 FTA에서 보다 확대돼야
美 요구 한편서는 공급망 확보 총력전
올해 하반기 확달라진 광물 확보 국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을 앞세운 미국의 새로운 공급망 정책은 중국 견제 목표가 우선이지만 본질은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미래 첨단산업을 내재화하고 자국의 기업을 키우겠다는 속내다. 미국이 미래 산업의 패권을 쥐겠다는 의도다. 첨단산업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글로벌 시장은 물론, 한국 산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치게 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인플레 감축법에 대한 반발과 개정 요구가 이어지면서 미국 재무부도 연말까지 관련 법의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의견서를 받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정부와는 별개로 인플레 감축법 적용 유예와 광물 생산 대상 국가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車 부품 규정 명확히 해야…공급망 재편 위해 적용 유예도 필요= 7일 정부 당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인플레 감축법 이행을 위한 하위규정(가이던스)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관련 6개 분야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관련 의견서를 미 재무부에 냈다. 의견서는 인플레 감축법 상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요건들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 친환경차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통상 규범에도 위반 소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북미산에만 제공되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요건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세액공제 이행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언급하면서 차별적 요소의 해결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요건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정부는 이날 의견서를 통해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도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에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인플레 감축법에 따르면 상업용 친환경차 구매자에게는 조건 없이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A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공개된 인플레 감축법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세액 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면 투자금의 6~30% 가량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어떤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이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9월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기념행사에서 연설하며 겉옷을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어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소재나 광물 생산 국가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로 제한했는데 이 대상 국가를 보다 폭넓게 적용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인플레 감축법은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의 전기차 배터리 광물이나 부품이 포함되면 세액 공제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플레 감축법은 알루미늄, 흑연, 리튬, 니켈 등 배터리 광물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되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광물이어야 최대 지원금의 절반(3750달러·약 491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비율은 당장 내년 40%로 시작해 2027년까지 80%로 늘려야 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주요 배터리 부품도 북미 지역에서 제조 혹은 조립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50%에서 2024~2025년에는 60%, 2026년 70%, 2027년 80%, 2028년 90%, 그 이후엔 100%까지 미국 내 제조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에 투자한 기업에는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B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공급망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는 세액공제 관련 요건을 유예해 달라고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기업들은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에 대한 세액공제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업계, 한편에선 광물 확보 총력전…IRA '투트랙 전략'=미국에 인플레 감축법의 미세 조정 혹은 유예 등을 요구하면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배제되면서 국내 업계에는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전구체 등 배터리 원재료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를 선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C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인플레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한)기본적인 전략은 광물 등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라며 "공급망 다변화도 북미 배터리 공급 규모 안에서 맞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배터리 기업 7곳의 올해 하반기(7월 이후) 공급망 수급·공급 변화상을 살펴본 결과 전체 10건 중 중국으로부터 새롭게 배터리 핵심 원자재나 부품을 공급받는 것은 1건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공급망 변화 10건 중 7건은 지난달 16일 해당 법안 시행 이후 집중돼 있었다. 북미와 유럽·아프리카·호주 등에서 원자재를 수급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4건)이 가장 눈에 띈다.
중국 공급망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 9월22일 중국 최대 리튬기업 간펑리튬의 주식 1662만2000주(약 18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삼성SDI는 해당 매각대금을 공급망 다변화에 쓴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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