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확보에 전 세계 집중
구체적 플랜 마련·이행 강제하는 조직있어야

편집자주미국이 내년 시행을 앞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내 세액공제와 관련한 세부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최종 절차에 착수했다. 인플레 감축법은 북미에서 최종 생산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세금을 공제하면서 그 대상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로 한정했다. 전기차 부품과 원자재인 광물 역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 가공된 비율이 일정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을 서둘러 바꿔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세제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다. 반면 인플레 감축법을 기회 삼아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인플레 감축법의 세부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길 원하는지 짚어보고 북미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모색해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핵심 광물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핵심 광물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전 세계가 달려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이행을 강제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이나 유럽연합(EU)의 원자재법(Raw Materials Act·RMA) 등 각국 정부가 나서는 문제를 기업 혼자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인플레 감축법 대응 기업 홀로 해결 어려워= 7일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자원 개발은 수익을 보려면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이 걸리기 때문에 기업이 적자 내면서 버티기 어렵고 이는 대기업 오너라도 결정하기도 힘들다”며 “민간이 아니라 국가, 정부, 공공부문이 나서서 광물을 직접 개발하고 국내 기업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물 조달 현황, 국가별 법적 및 환경 이슈 대응은 기업의 역량을 벗어난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광물을 사들이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 외에는 인플레 감축법에 뚜렷하게 대응할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배터리 3사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민·관 공동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배터리 업계에서조차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A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수출입허가, 금융지원 등 행정적 절차를 완화해주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나오겠느냐"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현실적인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원자재 공급망’만 관리할 조직을 국무총리 산하에 둬서 자원 개발 로드맵을 준비해야 하고, 광산개발 각국에 제련소를 지어 우리 기업에 결과물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전기차 모태인 희토류나 리튬 등 전략자원(strategic mineral), 중요자원(critical mineral)으로 분류되는 핵심 광물들만이라도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며, 이는 정부가 1~2년이 아닌 50~100년을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인플레 감축법 해결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배터리 업계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과 교수는 “컨트롤 타워가 부처 위에 있어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직속, 혹은 초당적 협의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인플레 감축법 해결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와 무관하게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계속 밀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며 “기초연구, 소재, 인력 등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총괄할 헤드쿼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 현지 인플레 감축법 반대 여론·조직과 연대 유지 중요= 한편 정부는 인플레 감축법이 통상분쟁으로 이어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한 법무법인도 선정했다. 하지만 WTO 제소를 통한 해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박 교수 “미국이 구매하는 한국 자동차가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 차보다 대수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해질 것”이라며 “자동차 외에 다른 사안을 걸고 넘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 유럽 등 5개 지역과 같은 입장이니 WTO 제소하면 파워는 커질 수 있다”면서도 “그것보다는 우리나라만 맺고 있는 FTA를 이용해 규정 위반을 지적하면 우리만 유리하게 살아남을 수도 있다”고 했다. FTA 조항에는 FTA 체결 국가에 대해서는 원산지(생산지나 물류구매)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항목이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인플레 감축법과 완전히 상반된다.

AD

이 교수는 “미국에서도 인플레 감축법 여론이 반반”이라며 “현대차 현지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는 미국정비인연합회 같은 조직이나 동맹국 경기를 위축시키면서 전체적으로 경기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 연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힘을 합쳐 정부를 압박하고 WTO 또는 FTA 제소를 명확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