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美 근원물가 40년만에 최대 상승…12월도 자이언트스텝?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이은 고강도 긴축에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9월 근원 CPI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는 등 고물가 고착화 경고음이 쏟아진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당장 11월은 물론, 12월까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을 정도로 충분히 긴축하지 않을 경우 더 큰 피해가 이어진다"고 중앙은행의 긴축에 힘을 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일이 내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美 9월 CPI 8.2%↑…근원 CPI는 82년 이후 최대폭 상승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2%, 전월 대비 0.4% 각각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의 전문가 전망치인 전년 동월 대비 8.1%, 전월 대비 0.3%를 소폭 상회한 수치다. 1년 전과 비교한 9월 CPI는 9%선까지 치솟았던 6월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의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고물가 장기화 우려를 한층 더하고 있다. 9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6% 치솟았다. 이는 1982년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전월 상승률(6.3%)은 물론, 시장 예상치(6.5%)도 웃돈다. 9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로도 0.6% 올라 기존 전망치(0.3%)를 상회했다.
품목별로는 국제유가 하락세로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3.9% 떨어지는 등 에너지 가격의 안정세가 확인된 반면, 주택, 의료, 식품 및 기타 품목이 가파른 오름세를 유지했다.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지속되면서 고물가 고착화 우려에 힘을 더한 것이다.
특히 CPI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의 경우, 전년 동월과 비교해 6.6%나 치솟았다. 전월 대비로도 0.7% 올랐다. 렌트비용 등이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약 6개월의 시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주거비가 당분간 높은 인플레이션을 떠받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거비는 전체 CPI와 근원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의료서비스 비용도 전년 동월 대비 6.5%, 전월 대비 1.0% 올라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식품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11.2%, 전월 보다 0.8% 상승했다. 다만 중고차와 의류 비용은 전월보다 떨어졌다. 경제매체 CNBC는 "Fed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치솟고 있다"며 "중고차, 계란 등 정책입안자들이 주시했던 일부 주요 영역의 하락에도 인플레이션이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 확실시, 12월도?…내년 초까지 금리 더 올릴 듯
예상을 웃도는 강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Fed의 고강도 긴축은 한층 더 힘을 받게 됐다.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 유력시됐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물론, 12월과 내년 초까지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스터카드 이코노믹스 인스티튜트의 미셸 메이어 수석미국이코노미스트는 "Fed는 물가 안정에 전념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분명히했다"면서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수록 그들은 그 약속을 지키고 있음을 더 보여줘야한다. 이는 더 높은 금리와 경제의 냉각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공개된 9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도 고물가 고착화를 우려하는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확인됐었다. 의사록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너무 높다고 지적한 후 "많은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은 조치를 취하는 비용이 너무 많은 조치를 취하는 비용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현 시점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야만 고물가 고착화와 관련한 훨씬 더 큰 경제적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누적된 정책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 추가 긴축 정책의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도 제기됐으나, 이날 모든 측면에서 시장 전망을 웃돈 CPI 발표로 소수 의견의 힘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Fed는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3.0~3.25%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금리 중앙값으로 4.4%를 제시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간 시장에서는 11월 0.75%포인트 인상, 12월 0.5%포인트 인상을 유력할 것으로 내다봐왔다.
WSJ는 "불편할 정도로 높은 9월 CPI로 Fed는 11월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이후에도 내년 초까지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CPI 공개 직후 금리선물시장에서는 Fed가 내년 3월까지 금리를 4.9%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베팅이 높아졌다. 전날만 해도 2월 최고 4.6%로 예상됐었다.
Fed가 주시하고 있는 노동시장 지표도 여전히 견조하다. 이날 노동부가 공개한 지난주(10월 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9000건 증가한 22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22만5000건)는 상회했지만, 여전히 해고자가 많지 않다는 지표라고 CNBC는 전했다.
◆IMF 총재 "인플레, 고삐 풀린 기차로 방치해선 안돼"...바이든도 "물가 안정이 우선순위"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IMF 역시 잇따른 경기둔화 경고음에도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를 지지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삐 풀린 기차(a runaway train)가 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며 "중앙은행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이 성장에 비용을 초래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을 정도로 충분히 조이지 않을 경우 금리가 더 높고 길게 유지되면서 성장에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나아가야함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브레이크를 밟을 때 재정정책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선 안 된다. 그럴 경우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각국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경계했다. 통화정책과 발맞춰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생활비 압박을 완화하는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연차총회를 기회로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와 "매우 건설적인" 만남을 가졌다면서 "영국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는 재정 정책이 통화 정책을 약화시켜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통화정책을 더 어렵게 만들고, 금리를 더 올리고 금융 상황을 긴축시켜야 할 필요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그렇기에 고통을 연장하지 말고, 일관성 있는 조치들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위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미국 노동부의 9월 CPI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은 생계비용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것이 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핵심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물가 안정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그는 "내 경제정책 덕분에 미국은 이 도전에 마주한 다른 주요국보다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면서 "만약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갖게 된다면, 물가는 올라갈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중간선거에서 치솟는 인플레이션 이슈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일종의 선제적 공격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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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미국 행정부는 은퇴자에게 주는 사회보장연금을 42년 만에 최대폭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미 사회보장국(SSA)은 은퇴자에게 지급하는 사회보장연금의 생활물가조정분(COLA)을 내년부터 8.7%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 인상률은 1981년 이후 최대다. 조정분은 CPI를 토대로 산정되는 것으로 최근 치솟은 물가가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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