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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안긴 사우디에…바이든 '석유담합금지' NOPEC 카드 꺼내나

최종수정 2022.10.06 11:21 기사입력 2022.10.06 11:21

백악관서 날선 반응 쏟아져…대변인 "사우디, 러시아 편에 섰다"
바이든, 시장담합 혐의로 OPEC 고소할 근거 담은 노펙법 추진 시사
전략비축유 1000만배럴 방출계획 발표…베네수엘라 제재도 완화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5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미국의 뜻에 반하는 하루 200만배럴의 대규모 원유 감산을 결정하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자존심을 굽히면서까지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을 요구했지만 이번 감산 결정으로 OPEC 맹주인 사우디가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완전히 무시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체면도 구겨지게 됐다.

바이든 굴욕외교 외면한 사우디

전통적 우방이었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2018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균열이 생겼다. 바이든 대통령도 카슈끄지 사건을 이유로 사우디와 거리를 뒀으나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자 지난 7월 자존심을 굽히고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했다. 당시 바이든의 굴욕 외교 논란까지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 후 "향후 수개월 내 벌어질 일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OPEC+는 지난달부터 오히려 감산에 나서 바이든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백악관은 이번 OPEC+ 회의를 앞두고도 감산을 막기 위해 여러 통로로 산유국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매체 CNBC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산유국들이 감산을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지만 결과적으로 백악관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됐다.

외신들은 이번 OPEC+의 감산 결정으로 미국과 사우디 간의 균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결정이 미국과 사우디 간 75년 에너지 동맹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감산 결정 뒤 나온 백악관의 반응은 사우디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장 피에르 카린 백악관 대변인이 사우디가 러시아의 편에 섰다며 맹비난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 마련을 막으려는 서방의 노력을 사우디가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OPEC+의 대규모 감산 결정은 이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적용을 뼈대로 하는 8차 대러 제재에 합의한 직후 발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OPEC과 러시아의 감산은 서방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알 살만 왕궁에서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이유로 사우디와 거리를 뒀던 바이든은 당시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한 원유 증산을 요청했다. 제다(사우디아라비아)=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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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OPEC+ 담합 견제 나서나

바이든 대통령은 또 성명을 내고 의회와 협력해 OPEC의 에너지 가격 통제권을 약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반OPEC 법안으로 알려진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Act)’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NOPEC 법안에는 미국 정부가 에너지 시장을 조작한 혐의로 OPEC 회원국을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업체 엔버러스의 빌 패런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OPEC을 설립한 자체가 자유세계와의 충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가 원유 시장 통제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 편에 섰지만 전 세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생계비와의 치열한 싸움을 의미할 뿐"이라며 "사우디에는 정치적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EU 합의로 향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다른 OPEC+ 회원국들에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美 비축유 풀고… 베네수엘라 제재도 완화

유가가 들썩이면 당장 내달 8일 중간선거에도 악재가 되는 만큼 미국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곧바로 전략비축유 1000만배럴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하루 전만 해도 카린 대변인이 "전략비축유 방출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OPEC+의 대규모 감산 조치에 대응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유업체 셰브런이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원유가 다시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 하루 원유 생산량이 320만배럴이 넘는 주요 산유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투자 부진, 부패, 운영 실패 등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산업은 현재 거의 붕괴 직전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45만배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가 원유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증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합의 내용은 이달 말께 좀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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