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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불법촬영’ 전주환 징역 9년 선고…‘이례적’ 중형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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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피해자 애도와 연기 요청 거부
성폭법 혐의 인정 중형 영향
탄원서·외부 압박 영향 미쳐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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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과거 피해자를 상대로 불법 촬영과 스토킹을 한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고 전 피해자를 애도하는 말을 하거나 전씨의 선고 연기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재판부가 전씨의 살인 혐의, 대외적 압박 등에 영향을 받아 이같은 ‘중형’을 선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부, 피해자 애도·전주환 선고 연기 요청 거부…중형 예고?

재판부는 이번 1심 선고 공판에서 중형 선고를 예고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선고 예정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보다 3분 일찍 법정에 들어섰다. 자리에 앉은 후 곧바로 안 부장판사 “먼저 사건 피해자와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피해자 사망이라는 황망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방청석을 향해 말했다.


이후 재판부는 전씨가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돌발행동’도 거부했다. 안 부장판사가 양형 사유에 대해 얘기하는 도중 전씨는 갑자기 손을 들었다. 안 부장판사는 전씨를 10초가량 보지 못하다 말을 멈췄다. 그러자 전씨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선고 기일을 최대한 뒤로 미뤄줄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안 부장판사가 이유를 묻자 전씨는 “아시겠지만, 중앙지검에 사건 하나가 걸려있는 게 있습니다. 그 사건과 병합하기 위함도 있고 지금 국민들의 시선과 언론 보도가 집중돼 있는데 시간이 지나 누그러진 후에 (재판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라고 했다.


하지만 안 부장판사는 “병합을 검토했지만 이 사건 심리가 선고 가능할 정도로 이뤄졌고 다른 사건도 (따로) 선고를 하는 게 의미가 있다 판단했다”며 그의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은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도 그와 상반되게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하는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스토킹의 경위나 방법과 수단, 추가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점, 추가적인 범행을 방지할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일반적인 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불법 촬영물 이용 협박’ 인정…중형 이유 꼽혀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대로 판결을 한 이유로 성폭력 범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씨가 받는 혐의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위반이 있다. 그중 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 혐의가 있다. 이는 1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는 죄로 전씨가 받는 다른 혐의인 스토킹 처벌법 위반(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중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만 하면 법정형이 3년인데 성폭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이나 협박 등이 병합됐다”며 “검찰도 내부 구형 기준을 상, 중, 하로 나눴을 때 성폭법 위반을 가지고 ‘상’으로 판단해 구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해자 지인 탄원서 제출·재판부에 대한 압박 등도 영향 미쳐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29일에도 진보당 당원들은 법원 앞에서 전씨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29일에도 진보당 당원들은 법원 앞에서 전씨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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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형 선고 이유 중 하나로 지인들의 탄원서 제출도 꼽힌다. 피해자 가족들의 지인과 서울교통공사 동료들이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약 60개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는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유족들이 피해자 지인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아 제출했다”며 “짧은 시간 많은 탄원서가 제출돼 생전 피해자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대한 대외적인 압박도 선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진보당 당원들은 전씨의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징계를 내려달라며 이에 동의하는 약 3200명의 서명을 법원에 제출했다.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29일에도 이들은 법원 앞에서 전씨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기원 여성엄마진보당 집행위원장은 “(징역 9년도) 적당하다고 보진 않고 살인죄까지 얼른 처벌이 내려져 이번 사건을 통해 (스토킹 범죄 처벌의) 기준점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여론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면서도 “살인 사건과 이전에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 여러 상황을 재판부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며 (이러한 것이) 판결에 영향을 분명히 끼쳤을 것이다”고 했다.


한편 전주환의 보복살인 사건 수사는 진행 중이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검은 30일 만료 예정이었던 그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다음 달 10일까지 검찰은 전주환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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