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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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신용정보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하는 채권추심원에게 회사와의 종속적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당시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고려신용정보 주식회사 서초지사에서 근무했던 채권추심원 A씨와 B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19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원으로 각각 14년여, 8년여간 근무한 A씨와 B씨는 2016년 퇴사한 후 회사를 상대로 각 95000여만원, 6100여만원의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이 회사와 체결한 위임계약에는 '위임직 채권추심인은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며, 위임직 채권추심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 회사 정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명시적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 같은 계약 내용에도 불구하고 A씨와 B씨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 두 사람이 청구한 퇴직금과 함께 각자의 퇴사일로부터 실제 퇴직금을 지급할 때까지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비록 회사와 형식적으로는 위임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업무 수행에 있어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종속적인 근로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점 사무실에 출근해 회사의 전산시스템으로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사원증을 지참한 채 채무자를 만나 변제를 독촉하는 것 등이 업무였다.


1심 재판부는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 업무를 취급하는 회사는 불법 추심이나 신용정보 누출 방지를 목적으로 신용정보법이 설정한 각종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업무담당자에 대한 강력한 통제 없이 위임계약만으로는 그 규제를 준수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원고들을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의 업무는 피고 회사의 사업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피고로서는 채권추심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인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 ▲회사가 원고들에게 채권추심의 방법이나 순서 등을 일일이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방향은 피고가 정했고 ▲회사가 원고들의 업무수행 내용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일 업무수행 내용을 회사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함으로써 업무수행 내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회사의 채권추심원은 1인당 약 200~300건의 채권을 관리했는데 추심순서나 방법 등을 스스로 결정했지 회사로부터 지시받지 않았다는 점 ▲회사가 채권추심원들의 근무태도나 근무성적 등을 평가해 처우에 반영하거나 실적이 부실할 경우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는 점 ▲추심활동내역을 회사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한 것은 위임인으로서 위임사무의 처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거나,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권추심활동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 기록을 토대로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었던 점 ▲회사가 월 2만원의 범위에서 우편발송비용을 지원했지만, 이를 초과하는 우편발송비용, 휴대전화 요금, 교통비, 주유비등은 모두 채권추심원이 부담한 점 ▲회사가 채권추심원들에게 채권추심업무 외의 겸직을 제한하지 않았고, 실제 다른 업무를 함께 하는 채권추심원이 다수 있는 점 ▲원고들이 근무기간 동안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고 근무내용이나 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 회수 실적에 따른 수수료만 받은 점 ▲원고들이 받은 수수료가 실적에 따라 매월 큰 편차가 있었던 점(최다 수수료와 최소 수수료 사이에 A씨의 경우 약 56배, B씨의 경우 약 44배의 편차가 존재함)에 비춰 수수료가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들을 포함한 채권추심원에게는 피고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던 점 ▲원고들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피고 회사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1심 재판부와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퉈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 업무형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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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심이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A씨와 B씨를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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