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소비자 알 권리도 지켜달라"
321개 제품 중 유통기한 점자 표기된 제품 없어
식약처, 식품의 점자 표시 가이드라인 배포

컵라면과 우유 등 식품에 점자 표기가 미흡해 시각장애인들의 식품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3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의 컵라면 매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컵라면과 우유 등 식품에 점자 표기가 미흡해 시각장애인들의 식품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3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의 컵라면 매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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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컵라면과 음료 등 식품에 점자 표기가 미흡해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자를 표기해 식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이전에도 나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에는 유통기한이 표기된 제품도 없어 자칫하다간 시각장애인들이 변질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위험도 제기된다.


14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14개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음료와 컵라면, 우유 제품 321개를 대상으로 점자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121개 제품(37.7%)에만 점자 표시가 돼 있었다. 94개 음료 중 80개(85.1%)가 제품명 없이 '음료'나 '탄산'이라고만 표기돼있었다.

점자가 표시된 제품의 경우에도 가독성이 낮았다. 40∼70대 시각장애인 소비자 20명이 점자 표시가 확인된 78개 제품의 가독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72개(92.3%)가 '상·중·하' 가운데 '중' 미만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페트병의 경우 점자의 촉감이 약하고 점의 간격이 넓어 점자를 읽기 어려워 가독성이 가장 낮았다. 캔 음료 역시 캔의 테두리와 점자의 위치가 가까워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식품의 경우 유통기한을 표시한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구매 후 보관 과정에서 변질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식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자는 의견은 이전에도 나왔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읽는 방식은 달라도, 선택할 권리는 같아야 합니다.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식품 등에 점자 표기가 부실해 상품 구매 시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4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도 점자 표기가 미흡해 불편을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가 올린 지난달 영상에서는 브랜드별로 준비된 4개의 라면 중 1개의 라면에만 제품명과 조리법, 맛 등이 점자로 적혀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음료 제품명 대신 '음료', '탄산'이라는 점자만 표기돼 있어 선호하지 않는 음료를 사게 됐던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유튜버 '원샷한솔'은 컵라면과 음료에 점자 표기가 미흡해 불편을 겪었던 경험담을 영상으로 제작해 지난달 게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원샷한솔'은 컵라면과 음료에 점자 표기가 미흡해 불편을 겪었던 경험담을 영상으로 제작해 지난달 게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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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했다. 식품 및 식품첨가물 등에 제품명, 유통기한 등 제품 필수 정보의 점자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강 의원은 "관련 규정이 없어 시각장애인 소비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제품명, 원재료명, 주의사항 및 유통기한 등 기본적인 식품 정보조차 확인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장애인 소비자가 더 이상 불편함 없이 식품을 구매하고 삶의 필수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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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시청각장애인의 식품 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식품의 점자 표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QR코드를 통해 제품명, 내용량, 업소명, 보관 방법, 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에 대한 정보를 표기하며, 표시 위치는 점자 표시와 같이 식품의 주표시면에 표시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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