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5·18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계엄군 사망, 허위사실 인정"
'전두환 회고록' 2심 원고 일부 승소…출판금지 일부 인용·7000만원 배상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과 관련 민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최인규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5·18 관련 단체 4곳과 고(故) 조비오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 씨를 상대로 낸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아들 전씨에게 회고록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배포를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또 5·18단체 4곳에 각각 1100만원씩, 조 신부에게는 75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사망한 전 전 대통령의 소송 수계자인 배우자 이순자씨는 해당 단체 4곳에 400만원씩, 조 신부에게는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회고록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서술 중에 다수의 표현들이 역사 왜곡과 관련자 명예훼손이 있었는지 여부다.
회고록에 담긴 북한군 개입설, 계엄군의 헬기사격 부인,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계엄군 사망, 시민 암매장 등 51개 표현은 모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됐다.
이 표현들 중 '시위대 장갑차'에 치여 계엄군 병사가 사망했다는 회고록 속 서술은 이번 항소심에 이르러 허위사실로 처음 인정됐다.
당시 계엄군으로 배치됐던 이경남 목사가 "시민군이 아니라 '계엄군 장갑차'에 치여 병사가 사망했다"며 구체적인 법정 증언을 하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상반된 진술을 한 일부 계업군 장교의 경우, 이 목사에 비해 목격 위치가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그 내용이 일부 모순되며, 형사처벌을 피할 이익이 있는 점 등에 비춰 정황상 믿기 어렵다고 봤다.
무장시위대의 광주교도소 습격 관련 서술은 1심과 다르게 허위성 증명이 부족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시위대가 광주교도소 방향으로 총격을 가한 것에 군부 세력이 대응사격을 한 사실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고, 양측의 총격전이 있었던 사실 자체는 번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고 측은 무장시위대가 교도소를 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 외곽응 왕래하는 시민들의 차량에 계엄군이 사격을 가했기 때문에 반격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전두환은 5·17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의 우두머리로서 무기징역형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장본인"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회고록을 통해 법적, 역사적으로 단죄된 부분마저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억울하게 십자가를 지게 된 양 피해자 행세를 하고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국민과 국가의 단합을 해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회고록에 나오는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가 5·18단체에 대한 명예, 신용,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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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민저항세력의 장갑차에 의해 계엄군 병사가 사망한 것처럼 알려져 있어, 그 사실이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의 이른바 '자위권 발동론'의 빌미가 돼 왔는데, 치밀한 논증을 거쳐 그것이 허위라는 점을 법원 판결로서 최초로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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