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쌀 생산국 인도, 수출 제한 나선다…식량위기 확산 우려
9일부터 싸라기 수출 금지
현미 수출 시 20% 추가 과세
식량수출 억제 기조 확산 우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세계 2위 쌀 생산국인 인도가 밀과 설탕에 이어 쌀 수출까지 일부 제한하면서 전 세계 식량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도는 이상기온으로 국내 쌀 생산량이 예년보다 급감하자 자국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 고삐를 죄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싸라기(부스러진 쌀알) 수출을 금지하고 현미와 정미 수출 시에는 20%를 추가 과세하기로 했다. 싸라기는 동물 사료나 에탄올 제조에 사용되는 쌀로, 값이 저렴해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수입한다.
인도가 쌀 수출 제한에 나선 이유는 최근 이상기온으로 가뭄이 지속되면서 쌀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발표된 미국 농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0.9% 줄어들었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지난 1월 기준 1kg당 16루피(약 280원)였던 싸라기 가격은 이달 기준 22루피까지 올랐다. 인도 정부는 이상기온으로 줄어든 쌀 재배지를 고려해 수출량을 줄여 자국 내 식량 가격 상승을 잠재우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각국은 인도의 쌀 수출 제한이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쌀 수출국으로 전 세계 출하량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가 수출한 쌀은 총 2150만t으로 태국과 베트남 등 세계 4대 곡물 수출국의 수출량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앞서 2007년 당시에도 인도가 쌀 수출을 제한하면서 쌀 가격이 1t당 1000달러까지 치솟았던 바 있다. 인도는 쌀 외에도 자국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과 설탕 수출도 제한한 상태다.
주요 외신들은 인도의 수출 제한 여파로 아시아 전역에서 쌀 거래가 큰 혼란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수출 업체들이 잇따라 신규 계약을 중단하자 식량 트레이들은 베트남과 미얀마 등 경쟁국들로부터 물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경쟁국 업체들은 인도가 수출 제한을 통보한 지 4일 만에 파쇄량이 5% 정도에 달하는 싸라기의 가격을 t당 20달러를 인상했다. 베트남산과 태국산의 싸라기 가격은 t당 각각 393달러, 431달러로 인도산의 338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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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식량 수출을 억제하는 기조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밀과 밀가루 수출을 중단했으며 터키와 세르비아, 카자흐스탄 등 27개 국가가 농산물 수출 제한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상기후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며 "각국의 이런 조치는 빈곤국의 식량난과 정치적 불안을 부추길 수 있어 세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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