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대법관 주심 사건 수백건 쌓일 듯… 약 300여건 계류 중
대법관 전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공전… 두 달 내 '선고' 미지수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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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김재형 전 대법관 퇴임 이후 대법관 공백 상태가 10일째 이어지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마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국회는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면, 국회 임명 동의(재적인원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대법원은 대법관 공백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오 후보자는 매일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지만, 후보자 신분이어서 재판 업무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는 재판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김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고 있던 약 300여 건의 사건들에 대한 심리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새 대법관이 임명돼야 대법원장이 재판부의 구성과 사건을 배당해 김 전 대법관이 맡았던 사건을 분배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 후임 인선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소부(小部) 합의는 통상 매달 두 번씩 열리는데, 합의 때마다 대법관별로 100건가량씩 사건을 처리한다. 매달 대법원으로 넘어오는 사건 수를 고려할 때,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상고심에서 지연되는 사건이 수백 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소부 합의보다 더 큰 문제는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는 공석인 대법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대법관이 합의를 거쳐 선고를 할 수 있어서 김 전 대법관 몫으로 배당된 사건만 적체되는 구조이지만, 소부 합의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판결 자체를 내릴 수 없다.


대개 종전 판례를 바꾸거나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이 전원합의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이 전원합의로 회부되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일 수밖에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날 기준 10여 건에 달한다.


전원합의체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같게 되는 가부동수(可否同數) 문제를 피하기 위해 홀수의 대법관이 참여해야 하는데, 공석인 대법관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전원합의체가 짝수가 돼 대법관들이 심리는 진행할 수 있지만, 판결은 할 수 없다.


전원합의는 재판장인 대법원장과 대법관 이외에는 그 누구도 참석할 수 없어, 대체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오는 22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음 달로 연기됐다. 대법관 공백이 계속되면, 다음 달에 전원합의체 판결이 열릴지도 미지수다.


법원 내부에서는 국회가 대법관 임명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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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장판사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국회가) 한 달 내에 대법관 임명을 동의해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이 검찰과 법원에 맞물려 있어서, 대법관 임명을 남겨두고 있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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