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치물 반환청구권 소멸시효는 물건 인도한 때부터 5년"
현대자동차 납품사 간 소송 2심 파기환송
소멸시효 기산점은 계약 해지시가 아닌 물건 인도시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물건의 보관을 위탁하는 임치 계약에서 임치인이 맡긴 물건(임치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물건을 인도한 때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대법원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당시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에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를 제조·납품하는 A사가 현대자동차에 촉매제를 가공해 촉매정화장치를 제조·납품하는 B사를 상대로 낸 물품인도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20악여원과 이자의 지급을 명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와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를 제조해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품거래 기본계약을 체결한 A사는 현대차의 지시에 따라 2012년부터 2017년까지 B사에 35만538개의 촉매제를 인도했다.
하지만 현대차로부터 32만6828개의 촉매제에 대한 대금만 지급받게 된 A사는 자신이 보낸 촉매제 중 사용하지 않은 2만3710개의 촉매제를 반환하라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용하지 않고 남은 촉매제에 대한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으니 물건을 반환하거나 만약 물건이 없어졌다면 물품가액에 상응하는 금액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또 A사는 소송을 내면서 B사가 촉매정화장치로 가공해 현대차에 납품하고 남은 촉매제에 대해 물건 보관을 위탁하는 임치 계약이 성립했다면 이를 해지한다고도 밝혔다.
재판에서는 A사가 B사에 초과 납품한 촉매제의 반환을 청구하는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진행된다고 봐야할 것인지, 즉 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볼지가 쟁점이 됐다.
앞서 1심과 2심은 남은 1만9840개의 촉매제에 대해 두 회사 사이에 묵시적 임치 계약이 성립했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A사가 B사를 상대로 임치 계약을 해지한 날(소 제기 이후)이 소멸시효 기산점이라고 봐 B사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납품한지 5년이 지난 촉매제에 대해서도 B사가 A사에게 남은 촉매제를 반환하거나 그 가액 상당인 20억여원과 이자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임치인은 임치 계약을 언제든지 해지하고 임치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만큼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임치 계약이 성립해 물건이 인도된 때로 봐야 한다며 인도한지 5년이 지난 물건에 대해서는 B사의 반환채무가 없다는 취지로 2심을 파기환송했다. B사 측 소멸시효 항변이 이유가 있다고 본 것.
재판부는 "임치 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반환청구는 임치 계약 성립 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 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 계약이 성립해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지, 임치인이 임치 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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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잔여촉매제에 대한 임치 계약의 성립시점이 언제인지, 이 사건 잔여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날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했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해 판단했어야 한다"라며 "그런데도 원심은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임치 계약 해지일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해 심리하지 않은 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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