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전기차 개화에 韓·美·中이 내놓은 '3색 배터리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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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미국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은 첨단 산업분야의 또다른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려국가'들을 고립시킨 채 첨단 산업의 공급망을 옥좨고 패권을 쥐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채 산업 생태계를 모두 집어 삼키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충돌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과 일본 역시 배터리 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고 도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韓 배터리 없이 못달리는 전기차 달릴 수 있을까=1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와 모두 손잡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2025년까지 생산하는 배터리는 연산 규모 500GWh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통상 배터리 1GWh당 전기차 1만5000대를 생산한다는 점을 미뤄보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에서만 연간 750만대 수준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인다는 것이다.

현재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완성 배터리셀 업체는 물론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 등 소재기업들과도 북미 현지에서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자동차 산업 강국인 일본 완성차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혼다와 총 44억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4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혼다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 글로벌 상위 7위에 속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다. 미국에서 12곳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북미 시장에서 5~6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LG엔솔과 혼다의 합작법인 설립은 한국 배터리 업체와 일본 완성차 업체의 첫 전략적 협력사례다. 일본 기업들은 협력관계를 맺어온 자국 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선호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파나소닉을 제치고 혼다와 협력하게 됐다. 특히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을 북미 시장에서 배제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기업의 협력 본격화는 배터리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 이전에도 또다른 완성차 업체인 닛산과 상용차 전문기업인 이스즈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말 글로벌 생산 능력이 540GWh에서 580GWh로 상향됐다. 이중 북미 비중은 기존 45%에서 49%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기지의 무게중심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북미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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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 '中 배제 서두르자'=미국이 추진하는 인플레 감축법은 '우려 국가'의 전기차 배터리 광물이나 부품이 포함되면 세액 공제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RA는 알루미늄, 흑연, 리튬, 니켈 등 배터리 광물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되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광물이어야 최대 지원금의 절반(3750달러·약 491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비율은 당장 내년 40%로 시작해 2027년까지 80%로 늘려야 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주요 배터리 부품을 북미 지역에서 제조 혹은 조립해야 절반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50%에서 2024~2025년에는 60%, 2026년 70%, 2027년 80%, 2028년 90%, 그 이후엔 100%까지 미국 내 제조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배터리 분야는 미국이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놓칠 수 없는 분야다. 지금은 전기차용 배터리만이 주목받고 있지만 에너지·모빌리티 혁명 속에서 배터리 산업은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친환경에너지의 저장과 공급에 쓰일 ESS(에너지저장장치), UAM(도심항공모빌리티), IoT(사물인터넷) 등을 비롯해 배터리는 대부분의 탈 것과 에너지, 가전 분야에 접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업체들의 합작법인을 통한 배터리 공장이 수십조원의 투자 속에서 건설되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산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장기적인 대안으로 IRA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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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 이미 장악한 글로벌 공급망= 인플레 감축법과 같은 전략적 시도마저도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단기간에 허물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이 이미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대부분 장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배터리 고립 전략의 영향이 북미 지역으로 국지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중국은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의 채굴부터 제련·가공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 대부분을 흡수한 상태라는 데 있다. 중국은 흑연을 제외하면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을 자국 내에서 채굴하지는 않지만 아프리카와 남미 등 주요 해외 광산 채굴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다시 자국 내 공장으로 가져와 배터리 소재 화합물로 생산하고 있다. 가공·제련 분야에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소재별로 50~70%에 이른다.


미국 정부나 기업이 북미나 남미에 채굴과 제련 공장을 '뚝딱' 만들 수도 없다. 배터리 정보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배터리 소재 광물을 생산하는 광산과 제련공장을 짓는 데 7년 가량이 소요되고 배터리 공장을 짓기까지는 2~3년이 소요된다. 미국이 광물의 채굴부터 제련까지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인데 IRA는 당장 내년부터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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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못지 않게 큰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존재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한다해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세와 내수시장의 규모가 북미를 능가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30년 전 세계 시장의 약 57%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167% 성장해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9%까지 올랐다. 올해에는 12%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2030년에는 5489만대로 전기차 침투율이 5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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