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대책이 없는 美 IRA 대응…11월 이후 준비라도 잘하자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을 놓고 우리 정부의 대응이 분주하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타이밍도 늦었지만 현재로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크게 세 갈래다. 먼저 한·미 양자 간 협의를 통해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 분쟁 해결 절차다.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은 세계무역기구(WTO)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범 위배 가능성을 안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은 독일이나 일본 등과 공조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방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우리의 외교력으로는 관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도 법안 방향을 수정할 계획이 없어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절인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해 "한국 기업 대표가 나에게 그들이 미국에 오려는 이유를 설명했는지 무엇이라고 설명했는지 아느냐"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환경과 가장 우수한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 그렇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미래를 건설하고 있으며, 미래의 미국은 미국 노동자가 미국 공장에서 만든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는 법을 수정하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광물 및 부품 여건 등의 경우 아직 세부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연내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여기에 우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더불어 전기차의 ‘북미 최종조립’ 요건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세 번째 방법도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 블룸버그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 조세무역위원회의 브렌던 보일 펜실베이니아주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처리해야 할 다른 여러 일을 고려할 때 선거 직전이나 직후에 (이 문제에) 뛰어드는 상황이 올까? 그렇게 된다면 무척 놀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인플레 감축법을 우리의 외교력으로 폐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때문에 수정을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지적인데, 미국 세법을 담당하는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의원이 11월 중간선거 전후 관련 법을 수정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미국 중간선거 이후 대응 준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한 번의 기회를 날린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자 ‘한국은 바이든의 인플레 감축법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인플레 감축법으로 인한 한국의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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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 중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블룸버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직접 면담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두 사람이 만났다면 법안이 통과되기 전 변화를 모색할 결정적 기회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 대처가 가능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특히 일찌감치 로비로 입법과정에서 어느 정도 출구를 만든 일본 등과 달리 우리 정부의 뒤늦은 대응은 두고두고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정국 상황까지 고려하는 외교 전략을 지금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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