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최대 25세까지 지급
통큰 육아지원책 출산율 올려
이민자·난민 적극 수용도 한 몫

[초동시각] 獨 출산율 반등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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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최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사는 지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유학 중에 독일인 남편을 만나 2명의 아이를 낳고 화목한 가정을 이룬 지인은 코로나19 시국으로 3년 가까이 한국을 오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귀국해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지인은 뜻밖의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도시 내 대형 산부인과가 세 곳 있는데 코로나 시국에도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셋째 아이를 낳을지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2019년, 프라이부르크가 속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여성 1명당 출산율이 1.57명으로 베를린(1.41명)은 물론 당시 독일의 합계출산율(1.54명)을 웃돌았다. 세 아이를 키우는 가정도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어 ‘다둥이’의 일상화가 이뤄진 곳이다.

이유가 뭘지 궁금했다. 프라이부르크는 축구선수 정우영이 뛰는 도시로 한국인에게 알려졌지만 사실 이 도시는 ‘세계의 환경수도’라 불리는 곳이다. 1970년대 초 원전에 반대해 에너지 자족도시로 거듭난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친숙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환경단체의 집회와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는 모습이다. 도시의 대부분을 도보나 자전거로 갈 수 있고,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생활화 하기에 자동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깨끗한 도시환경에 더해 독일의 적극적인 육아지원정책도 출산율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독일의 아동수당(킨더겔트)은 기간과 금액 측면에서 한국과 차별화된다. 우리나라는 아동수당의 경우 만8세 미만까지만 매월 10만원씩 지급한다. 내년 만 0∼1세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 월 35만~70만원의 ‘부모급여’를 신설했지만 영유아 시기에만 지원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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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정부는 소득과 관계없이 한 가정에 아이 숫자에 따라 킨더겔트를 지원하는데 1~2명까지는 각 219유로, 3자녀부터는 225유로, 4자녀 이상은 250유로를 지급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급 기간이다. 18세까지는 모든 어린이에게 지급하며, 21세까지는 일하지 않는 아이들, 25세까지는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까지 킨더겔트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종일 학교 도입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 덕에 1994년 1.2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던 독일의 출산율은 현재 1.6명 수준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밖에 독일은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정책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지만 출산율은 꼴찌다. 가파른 인구 절벽으로 암울한 미래가 정해져 있지만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지부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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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을 책임지겠다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조직의 한계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공론화 과정 없이 만 5세 학제개편을 급격히 추진했다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던 정부의 행보는 비판거리만 남겼다. 저출산 문제는 수도권 과밀화, 치솟는 부동산, 등골 휘는 사교육비, 초경쟁사회 등이 얽히고설킨 복합적인 문제라 어느 하나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이제 대통령이 문제 의식을 갖고 직접 나서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야 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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