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0년째 韓美 최대 교역품
FTA·한국산車 품질↑…대미 수출 늘어
IRA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유도
과거처럼 협상테이블 앉히기 쉽지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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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이 가장 많이 사고 파는 물건은 자동차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압도적이고, 자원부국 미국이 원유·가스 수출을 최근 부쩍 늘렸다고는 하나 자동차에는 못 미칩니다. 올 들어 7월까지 두 나라 간 교역 규모가 1123억달러 정도인데 자동차와 부품만 186억달러입니다. 코로나19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9년에는 자동차·부품이 전체 양국 무역액의 20% 이상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크게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무역장벽이 낮아진 점, 현대차·기아·테슬라 같이 각 나라에 적을 둔 스타플레이어가 부상한 점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관리들이 FTA 발효에 앞서 협상을 했던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교역 1위 품목은 반도체나 휴대폰이었습니다.

십수년 전 FTA 협상을 하면서 자동차 분야 관세·비관세장벽을 어찌할지를 두고 각 나라가 자국 기업에 유리하도록 치열하게 다툰 것도 FTA 발효 후에는 자동차 교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 정책당국자나 자동차업계에선 당시만 해도 미국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터라, 크지는 않지만 쏠쏠한 한국 시장 공략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로서도 세계 3대 완성차 시장 가운데 한 곳인 미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봤을 테고요. 즉, 각론에서는 의견차가 있더라도 FTA라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양쪽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뜻입니다.

평택항 자동차 수출물량./김현민 기자 kimhyun81@

평택항 자동차 수출물량./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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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5%에 달하는 관세를 순차적으로 없애고 배출가스·안전기준 허들을 낮추면서 자동차 교역은 해가 갈수록 활기를 띠었습니다. 여기에 과거 값싼 차 인식이 강했던 현대차·기아가 전 세계 곳곳에 공장을 지으며 외형을 키우는 한편 품질이나 내구성을 끌어올리면서 질적 성장도 이뤄냈습니다.


한국차도 제값 이상을 충분히 한다는 인상이 자리잡으면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습니다. 최근 3, 4년 사이엔 세계 최대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의 미국산 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꽤 늘었습니다. 자동차가 2012년부터 지금껏 10년 넘게 한미간 교역 1위인 배경입니다.


양국간 자동차 무역이 늘었다고는 하나 속내를 보면 우리가 미국으로 수출한 게 크게 늘어난 터라, 미국 입장에서는 속이 쓰린 것도 어색할 일은 아닙니다. 미국인이 한국 차를 더 많이 사는 반면 한국인이 미국산 차를 사려는 기류는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책을 들이댑니다. 자국 우선주의라고 주변에서 비꼬는 것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전임 트럼프가 외쳤던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는 미국, 정확히는 미국 기업이나 국민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레토릭이었습니다. 그를 비판하며 후임 대통령이 된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왔다’는 수사는 얼핏 반대 노선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트럼프보다 한 발 더 나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과거처럼 호혜로운 자유무역 수호자를 표방하며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려는 태도는 찾기 힘듭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중인 전기차 아이오닉5. 현재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미국 인플레감축법에 따라 7500달러 세액공제 적용이 안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중인 전기차 아이오닉5. 현재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된다. 미국 인플레감축법에 따라 7500달러 세액공제 적용이 안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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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번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회 차원의 논의나 행정부의 의사결정이 유례 없이 빨랐다고는 하나 자동차 분야만 국한해 본다면 시그널은 이미 충분히 감지돼 왔습니다. 미래 친환경 이동수단의 핵심이 될 전기차 기술이나 공급망 주도권을 중국으로부터 가져오려는 심산도 깔려 있습니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쥐고 있던 내연기관 자동차 헤게모니가 최근 수십년 사이 유럽이나 아시아로 넘어간 것도 꺼림칙한데, 21세기 전기차 패권 경쟁에서 처음부터 밀려나 있는 상황은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인플레감축법에 관한 우려를 전하자 "집에 가서 IRA 법안을 숙독해보자"고 했다고 한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인플레감축법에 관한 우려를 전하자 "집에 가서 IRA 법안을 숙독해보자"고 했다고 한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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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막무가내 식으로 새 규칙을 내놨다고 해도 공을 넘겨받은 우리 정부가 대처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FTA나 WTO 규정을 어겼다고 읍소하거나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만 빼달라는 식의 논의를 할 것이란 얘기가 관가 안팎에서 흘러 나옵니다. 분명한 건 협상 테이블에 데려와 상대방이 끄덕일 만한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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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은 철저한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주고받는 걸 정하는 거래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요.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터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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