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 예외 없다…유럽 자산 투매 러시
獨 국채 금리 지난달 0.7%P 상승 '1990년來 가장 큰폭 상승'
러 가스 공급 축소로 침체 불안 커져…英 파운드도 4.5% 급락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치솟는 물가와 중앙은행의 긴축 공포가 겹치며 금융 시장에서 유럽 자산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 국채와 투자 적격 등급 회사채 수익률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범유럽 토탈 리턴 지수가 지난달 5.3% 하락을 기록했다. 1999년 블룸버그 범유럽 지수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유럽 채권을 대규모로 팔아치운 것이다.
투매 탓에 유럽에서 가장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8월에만 0.7%포인트 급등했다. 월간 기준 1990년 이후 가장 큰폭으로 올랐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포인트 급등했다.
유럽 국채 투매가 나타나는 이유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물가가 10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부터 위태로운 상황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지난달 초 정기 보수를 이유로 지난 7월에 10일간 독일과 연결된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이날부터 다시 보수유지를 위해 3일간 가스관 가동을 중단했다. 유럽에서는 이번에는 진짜 러시아가 아예 가스 공급을 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독일의 로베르트 하벡 경제장관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이 다시 중단된 이 날 "치솟는 가스 가격이 대기업은 물론 독일 미텔슈탄트(mittelstand)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텔슈탄트는 제조업 강국 독일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중견기업들을 뜻한다. 한 마디로 러시아 때문에 독일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하벡 장관은 "독일 제조업은 다른 지역보다 값싸고 풍부한 러시아 가스를 기반으로 한다"며 "이같은 강점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사흘 뒤 가스 공급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유럽은 에너지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스프롬이 이미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을 80%나 줄였기 때문이다.
하벡 장관은 가스 공급 축소로 전기료가 크게 오르면서 일부 기업들이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독일 산업연맹(BDI)의 지크프리트 루스브룸 회장은 "내년 인도분 전기료가 메가와트시(MWh)당 700유로 이상이라며 지난 몇 년간 평균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은 치솟는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아르셀로미탈이 오는 11월부터 열연강판(hot rolled coil) 가격을 13% 올려 t당 850유로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프랑스도 지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인 50을 밑돌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30일 7월 가스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프랑스에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올겨울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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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가스 공급 부족에 따른 물가 폭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월에 22.4%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물가 폭등으로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3.2%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불안감 탓에 지난달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4.5% 급락했다. 월간 하락률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직후였던 2016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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