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아시아 최초 동굴형 처분시설
지하 80~130m에 위치…방폐물 드럼 10만개 처분 가능
내부 방사선량은 연간 0.1μSv…엑스레이 1회 촬영 수준
영구 폐쇄 방식도 안전성 높여…쇄석·콘크리트로 이중밀봉
산업장관 "고준위 방폐장은 현 세대 의무…특별법 마련할 것"

경북 경주에 위치한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 지하 130m 깊이 사일로 1개에 200ℓ짜리 방폐물 드럼 1만6500개를 처분할 수 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경북 경주에 위치한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 지하 130m 깊이 사일로 1개에 200ℓ짜리 방폐물 드럼 1만6500개를 처분할 수 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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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경주=이준형 기자] 지하 95m.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출입구의 깊이다. 경주 동굴형 방폐장에 들어가려면 지상에서 차량으로 약 1.4km 길이의 지하 터널을 이동해야 한다. 속도를 늦춘 차량이 경사 10도의 터널을 지나 방폐장 출입구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분. 방호복, 헬멧 등 안전장구를 갖춘 후 두꺼운 철제문을 열고 들어서면 국내 유일의 동굴형 방폐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경주 방폐장은 1조5436억원이 투입된 아시아 최초의 동굴형 방폐물 처분시설이다. 2007년 11월 착공해 2014년 12월 완공됐다. 방사선 차폐복 등 중·저준위 방폐물을 지하 80~130m 깊이에 위치한 암반에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시설로 일종의 ‘원전 화장실’ 역할을 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가 경주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에 보관된 방폐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가 경주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에 보관된 방폐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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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10만개 처분 가능…내부 방사선 수치 '제로'

방폐물을 보관하는 장소는 6개의 대형 사일로(저장고)다. 기자가 찾은 1번 사일로는 지하 130m 깊이의 바닥부터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용기에 담긴 방폐물 드럼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높이만 50m에 달하는 사일로는 200ℓ짜리 방폐물 드럼 1만6500개를 수용할 수 있다. 6개의 사일로를 갖춘 경주 방폐장은 방폐물 드럼 약 10만개를 수용할 수 있다.

이미 처분된 방폐물도 적지 않다. 경주 방폐장에 영구 처분된 방폐물 드럼은 지난 26일 기준 2만5578개다. 올해만 1200개 규모의 방폐물 드럼을 처분했다. 방폐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한 2015년부터 이달까지 약 8년 동안 전체 용량의 4분의1이 찬 셈이다. 경주 방폐장에는 연내 1504개의 드럼이 추가 처분될 예정이다.


상당한 규모의 방폐물이 처분됐지만 내부 방사선 수치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다. 기자에게는 개인 안전장구 중 하나로 피폭량을 점검할 수 있는 방사선 선량계가 주어졌다. 선량계는 사일로 인근에 머무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시간당 0.00μSv(마이크로시버트·방사선량 측정 단위)를 기록했다. 실제 방폐장 내부 방사선량은 연간 0.1μSv 이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설명이다. 통상 엑스레이 1회 촬영시 노출되는 방사선량(0.1μSv)과 같은 수준이다. 방폐장 인근 방사선량은 연간 0.01μSv 이하로 관리된다.


경주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내부에서 방사선 선량계로 측정한 방사선 수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장 내부 방사선량을 연간 0.1μSv 이하로 관리한다. [사진 = 이준형 기자]

경주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내부에서 방사선 선량계로 측정한 방사선 수치.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장 내부 방사선량을 연간 0.1μSv 이하로 관리한다.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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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석·콘크리트로 폐쇄…저준위 방폐장도 '첫 삽'

사일로를 영구 폐쇄하는 방식도 안전성을 높였다. 사일로가 방폐물 드럼 1만6500개로 가득 차면 15m 높이의 상부 돔에 쇄석과 콘크리트를 부어 밀봉한다. 사일로 벽만 1.2m 두께의 콘크리트인 데다 처분용기 사이마다 쇄석과 콘크리트를 추가로 부어 3중으로 방폐물을 보관한다는 의미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쇄석만 넣고 사일로를 폐쇄한다"면서 "반면 경주 방폐장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쇄석과 콘크리트로 이중 밀봉한다”고 설명했다.


저준위 방폐장도 최근 첫 삽을 떴다. 동굴형 방폐장과 달리 원전에서 쓴 장갑 등 저준위 이하 방폐물만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정부는 지난 26일 경북 경주에서 방폐물 표층처분시설 착공실을 개최했다. 국내 최초 저준위 방폐장으로 200ℓ짜리 방폐물 드럼 12만5000개를 처분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2621억원을 투입해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저준위 방폐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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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폐장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준위 방폐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내 의원 입법을 통해 특별법을 발의할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고준위 방폐물 문제를 해결하는 건 원전 혜택을 누린 현 세대의 의무이자 책무”라며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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