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정부가 대기업에게 10년간 걸어 잠궜던 '소프트웨어(SW) 진흥법'의 빗장을 조금씩 풀면서 중소IT 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시를 통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과 관련해 SW사업과 타 사업을 분리 발주하거나 분담이행방식으로 발주하는 경우 SW사업을 제외한 타 사업은 대기업 참여 제한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시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일부라도 SW사업이 있을 경우 대기업 참여가 원천 차단됐었지만 이제는 대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중소IT 기업들은 과기정통부의 이번 고시 개정을 놓고 "사실상 SW진흥법을 폐지하기 위한 전초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발주 기관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분리 발주가 가능해 대기업 참여가 제한 없이 허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소·중견 SW기업 보호·육성이라는 SW진흥법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장비 설치, 망 구축 등과 같이 SW사업과 직접 연관이 적은 타 사업까지 대기업의 참여가 제한되면서 과도한 차별규제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기술 경쟁력도 뒷걸음질 쳤다는 평가다.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 순위에서 한국은 1위를 지키다 2016년 이후 3위로 밀려났다.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 시스템 먹통 상황이 발행할 때마다 정부는 대기업을 찾았다. EBS 온라인 수업 접속 장애와 코로나19 백신예약시스템 먹통 사태 등 비상 상황이 터졌을 당시 정부는 대기업들은 투입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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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해 규제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공공SW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은 지난 6월 경제정책 방향에서 불합리한 차별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변화는 필요하다. 현재의 중소기업의 IT 기술력으론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완벽히 구현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다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SW산업 생태계에서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솔루션회사 등 각자 역할이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지금은 '경쟁'이 아닌 '제심합력(齊心合力)'을 해야 한다. 대·중소SW기업 간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명확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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