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기 일쑤인 우연한 착상의 새로운 가능성
최기창 작가 개인전 '바가텔을 위하여'
바가텔(Bagatelle)은 두세 토막의 피아노 소품곡이 붙이는 명칭이다. 작곡가가 불현듯 떠오른 악상을 스케치하듯 작성한 가벼운 작업 또는 작품을 뜻한다. 우연한 착상은 사소하게 여겨지거나 버려지기 일쑤다. 하지만 단초적 시발점이 돼 대작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최기창 작가가 바가텔에서 멈춘 스프레이 페인트 작업으로 개인전을 한다. 오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프로젝트 스페이스 ㅁ에서 하는 '바가텔을 위하여'다. 세상에 편재하는 사소한 것들의 무게를 달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시각화한다.
최 작가는 현대미술 세계에서 미묘한 엇박자를 내며 실험적 시각언어를 제시해왔다. '바가텔을 위하여'는 그 작업 과정을 살피며 의도를 이해하는 자리다. 전시 후보작으로 작업실에 놓여있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무질서한 상태로 뒤섞여있거나 어떤 이유로 사라질지 모를 예비적 폐기물들이다. 일부는 작품 간 비교 우위를 정하기 위한 절대적 원칙마저 빠져 있다.
중심과 주변분, 프레임과 내부,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경계가 모호한 어제의 화면들 약 서른 점. 하나같이 바가텔이라는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주리 평론가는 "미분적 상태로 돌진하면서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강한 존재에 의해 덮이고, 버려진 것들을 작업으로 올려놓는 과정"이라며 "공들여 제조한 조화로움이나 공인된 미감 연출에 기를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사된 물감이 남긴 수평 수직의 운동감과 색채의 미묘한 번짐 속에서 우리는 습관처럼 위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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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색으로만 채워낸 드로잉 흔적은 역설적으로 미술사에 등재된 색면 회화와 단색화, 붓질의 수행성을 강조하는 일군의 회화를 떠올리게 한다. 미술 시장에서 여전한 인기와 지지를 얻는 보편적 미감이기도 하다. 조 평론가는 "과정이나 의도를 알지 못한다면 멀리서 오해하기 딱 좋은 '작정하고 기분 좋은' 그림처럼 보인다"며 "이것이 최 작가가 준비한 총천연의 블랙 유머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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