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유튜버'가 된 사장…게시판 댓글 쓰는 부회장(종합)
삼성, 조직문화 변화 바람…권위 내려놓고 소통 강조
이재용 '소통 혁신' 주문 영향…후속 조치 이뤄질 것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의 소통 행보가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 사장단 중에서도 소통을 강조하기로 유명한 그가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Z(밀레니얼+Z세대)세대와의 소통이 기업의 화두로 올라선 가운데, 다소 딱딱했던 삼성의 조직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반도체 유튜브는 경 사장이 ‘목표만 쫓는 당신이 꼭 봐야 하는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경 사장은 지난해 12월 부임한 이후 DS부문 경영진이 직접 부서 임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에서 사내 소통 채널 ‘위톡(WeTalk)’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조직 생활, 일 잘하는 법, 리더가 놓치지 쉬운 것 등을 전달하며 ‘소통의 달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중이다.
경 사장은 삼성전기 대표 시절부터 소통의 중요성을 외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에겐 사장 직함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 ‘KH’로 불러줄 것을 제안하는 등 권위를 내려놓고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은 컨퍼런스 콜이나 공식 행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장과의 소통 기회에 큰 호응을 보였으며 소통 워크숍, 독서 토론회 등 소통 제도를 넓히는 경 사장을 많이 따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직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직원 SNS]
원본보기 아이콘경 사장뿐 아니라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은 반기별로 타운홀 미팅 형식의 임직원 행사 ‘DX 커넥트’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부회장님 대신 JH로 불러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그동안 한 부회장과의 스타일과 다른 모습이라 낯설어했다는 후문이다.
한 부회장은 매달 소수 직원과 함께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최고경영자(CEO) 원 테이블’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엔 사내게시판 ‘나우(NOW)’에 여름 휴가철에 맞는 도서를 추천하는가 하면,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의 글에 연일 답글을 달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중이다.
CEO들의 소통 경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를 위한 소통 혁신을 주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 부회장 역시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닷새 만에 삼성엔지니어링을 찾는 등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당분간 삼성 주요 계열사를 차례로 방문하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의 소통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식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는 내용의 새로운 인사제도를 마련한 것도 '뉴삼성'으로 도약하려면 일하는 문화부터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위해 직급별 '표준체류기간'과 승격 포인트를 폐지했다. 현재 새로운 기준에 따라 내년도 승진 대상자를 상대로 인사 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새 인사제도를 적용한 첫 승격자는 내년 3월께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이나 IT 기업처럼 30대 임원, 40대 사장이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00만원 간다" 증권가에서 의심하지 말라는 기업 ...
재계에서는 삼성이 조직 문화 변화를 위한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직접 소통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사내 소통 혁신에 대한 주문이 계속될 것"이라며 "임직원의 소속감과 역량을 고취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