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침수·누수 피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전체 가구의 4.6%
2011년 이후 현재까지 개정 없이 유지
"최저주거기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도 적용돼야"

곰팡이가 피어있는 쪽방 안에는 선풍기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방에 거주하던 쪽방촌 주민은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이사를 갔다.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곰팡이가 피어있는 쪽방 안에는 선풍기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방에 거주하던 쪽방촌 주민은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이사를 갔다.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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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저기 이사 갔어. 지금 티비하고 이불하고 다 밖으로 내놨어."


23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 좁은 골목에서 만난 60대 A 씨는 지난 8일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방을 비울 수 밖에 없었다. 또 7년째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는 김수일씨(65) 집에는 곰팡이가 피어있다.

폭우로 인해 발생한 누수로 천장 곳곳에서 빗물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플라스틱 병을 반으로 잘라 빗물받이로 사용하고 있었다. 김씨는 천장의 곰팡이를 가리키며 "이게 다 물이 새서 생기는 물 자국"이라며 "이 벽에 물이 타고 내려와 이 통으로 직접 떨어진 데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쪽방촌에 거주한 김씨는 매년 누수로 고생했다. 창문이 없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쪽방 구조상 자연건조는 불가능했다.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곰팡이는 이미 천장 여러 군데 퍼져 있었다. 그는 "여름만 되면 비가 많이 오니까 불안하고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다"며 "지금은 적응이 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털어놨다.

창문이 없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쪽방 구조상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곰팡이는 이미 천장 여러 군데 퍼져 있었다.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창문이 없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쪽방 구조상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곰팡이는 이미 천장 여러 군데 퍼져 있었다.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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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 거주하는 또 다른 김모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폭우 당시 영상을 보여주며 긴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정말 아슬아슬했다"며 방문 바로 앞까지 물이 차 새벽까지 물을 퍼냈다고 했다. 그는 "양수기를 빌려서 새벽까지 물을 퍼냈다"며 "아직도 지하실에는 물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거주하는 1층 쪽방 주택은 침수에 취약한 구조였다. 1층 쪽방 주택은 좁은 공간에 여러 방이 모여 있는 구조다. 쪽방 바로 앞 통로에는 지붕이 없었고 비닐로 된 얇은 막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거기다 지하실 배수관과 수세식 화장실이 역류해 빗물이 서서히 차올랐다고 한다. 김씨는 "이 집이 60년 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제 시설이 낙후돼 기능을 못 하는 것 같다"며 "배수가 막혀서 밑에서 물이 올라오니까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쪽방촌의 주거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쪽방은 대체로 창문이 없어 밥솥의 수증기조차 방출이 안 돼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많다"며 "단순 수해복구를 넘어서 중장기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폭우로, 역류한 배수관 흔적.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지난 8일 폭우로, 역류한 배수관 흔적.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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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등 빈곤층 주거 환경 문제가 반복됨에 따라 최저주거기준 면적 상향을 통해 주거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주택법에 명시된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저한의 기준을 말한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전체 가구의 4.6%였다. 최저주거기준은 2011년 개정·공표된 이후로 현재까지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상 1인당 최소 주거 면적은 14㎡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20년 발표한 '최저주거기준의 내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현행의 협소한 면적기준을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쾌적한 주거 생활을 위해 면적기준의 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20년 "면적기준이 낮게 책정돼 있어 기준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23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 쪽방촌 골목.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23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 쪽방촌 골목. 사진=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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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주거기준에 명시된 표현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최저주거기준 제4조에는 '주요 구조부의 재질은 내열·내화·방열 및 방습에 양호한 재질이어야 한다',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때 '양호한', '적절한'이란 단어의 의미가 모호해 이를 측정할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활동가는 모호한 기준에 대해 "이런 식의 워딩은 건물 건축시 가이드가 되지 못한다"며 "추상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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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주거 환경 개선을 넘어서 최저주거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도 해당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활동가는 "고시원 같은 경우는 최저주거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인간이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거처라면 최저주거기준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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