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찾아 떠난 '태국 골프여행'…까딱하면 마약사범 조심
여름철 그린피 절반… 픽업부터 호텔, 관광까지
라운딩 마치고 관광 나가는 순간 활개치는 대마
"대마 첨가되면 1만원 비싸… 'happy' 표시 주의"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라운딩 마치고 시원하게 들이킨 초록색 음료, 한국 돌아오면 형사처벌?"
가성비 좋은 골프 여행지로 손꼽히는 태국에서 대마가 합법화되면서 골프 여행객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태국 관광청(TAT)에 따르면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은 2007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겼고, 코로나19 확산 직전이던 2019년엔 역대 최다인 189만명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여름철엔 그린피가 저렴해 골프인에게 '가성비' 최고를 자랑하는 여행지다. 현지에선 통상 4월부터 10월까지 그린피가 낮게 책정된다. 북부 지역의 치앙마이는 5~6월, 서부권 도시 후아힌은 8~9월에 여러 프로모션이 진행되는데 이 시기엔 성수기 대비 반값 수준에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태국에서 지난 6월부터 마약류의 일종인 '대마'에 대한 규제를 없앴다는 점이다. 대마를 통제 식물로 지정하고 의료 및 건강 목적에 한정해서 합법화했다지만, 속내는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됐던 관광 산업의 재활성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가 직접 대마초 묘목을 나눠주며 가정 재배를 독려하는 등 사실상 대마에 대한 통제를 없앤 수준이다.
"요리부터 음료까지" 까딱하면 대마 꿀꺽
수년 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태국은 이제 '대마 천국'이 된 모습이다. 실제로 현지 카페나 식당은 물론 노점상까지 간판에 초록색 마리화나 잎을 그려넣고 대마를 넣은 음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전통 요리부터 음료, 아이스크림, 과자류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대마를 첨가하는 것이다.
일단 골프장 내에서 대마를 접할 확률은 낮다. 문제는 라운딩을 이후 관광지다. 유명 관광지로 손꼽히는 카오산 로드의 경우 늦은 시간대에 방문하면 거리에서 대마초 특유의 '비릿한 쑥 타는 냄새'가 풍길 정도로 대마초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사정을 사전에 파악하지 않고 방문하면, 의도치 않게 음식에 담긴 대마를 섭취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달 초 태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한보영씨(29·여)는 "가족들과 오후 라운딩을 마치고 카오산 로드를 찾았는데 비릿한 냄새가 코에 느껴질 정도였다"며 "길에서 대마 가루 같은 걸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아 팔았다"고 전했다. 이어 "길에서 파는 초록색 아이스크림이나 초록색 푸딩 같은 간식거리도 대마가 들어간 음식이었다"며 "메뉴판에 'happy'나 'high'처럼 대마를 직접적으로 뜻하진 않지만 마약을 연상케 하는 단어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말 모르고 먹은' 대마, 그래도 처벌될까?
대마를 접할 가능성이 높아진 태국에서 대마 성분이 첨가된 음식을 '모르고' 먹었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형법상 장소와 국가가 어디든지 우리나라 사람이 마약류로 지정된 대마를 섭취한다면 형사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다. 외교부 측도 '속인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대마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한씨는 "식당에서 웰컴 드링크로 초록색 잔에 담긴 음료를 받았는데 혹시 싶어 물어 보니 대마초 즙을 넣은 차라고 했다"며 "간판이나 메뉴판에 대마 잎을 그려놓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대마를 넣고 조리하는 메뉴는 대마를 넣기 전에 묻는 게 아니라 빼달라고 하지 않으면 넣어서 주는 분위기"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대마는 소량만 섭취해도 검출된다. 핵심은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의 함량이다. 현재 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마 제품의 THC 함량을 0.2%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대마가 여러 식품에 이렇다 할 규제 없이 첨가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여행객이 함량을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최근 태국으로 라운딩을 다녀온 정혜윤씨(38·여)는 "현지 쌀국수를 먹고 싶어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갔는데 뜨거운 국물에 흐물해진 잎이 고수가 아니라 대마 잎이었다"며 "대마가 들어간 음식은 300~500바트(약 1만~2만원) 정도 가격대 차이가 난다고 하니 이 점을 알고 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도, 여행사도 '나몰라라'…"정부 차원의 경고 필요"
현재 주태국 한국대사관은 누리집 첫 화면에서 태국 여행 시 대마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성 게시글을 게재해 뒀지만, 정작 태국 관광청은 '여행 중 어느 부분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인지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공지를 올렸을 뿐 여행객에게 필요한 주의사항을 명확히 안내하고 있지는 않다.
여행사도 마찬가지다. 한 여행사는 '현지에서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문의에 "스스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며 "여행사가 책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마약류 취급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건 곤란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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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은 "THC 함량이 아무리 적어도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면 반드시 검출되니 조심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모르고 먹었다' 식 합리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태국 관광청은 물론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대마에 대해 확실하게 안내하고 경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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