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연인에서 오늘의 적으로…美공화당은 왜 기업과 멀어졌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공화당과 기업들이 어제의 연인에서 오늘의 적으로 돌아섰다.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산업 정책에 반대하면서 자유무역과 경쟁을 옹호했던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를 기점으로 반기업 정서가 확대되는 등 기조가 변하면서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5일(현지시간) 미 공화당이 자국 기업과 친밀했던 관계에서 멀어지고 있다면서 오는 11월과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상승세가 더 이상 미국 기업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공화당 의원 사무실에 기업 로비스트가 찾아가면 '어떻게 도와줄까'하고 먼저 물어볼 정도로 공화당과 기업의 관계가 공고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이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수의 기업 경영진과 로비스트를 취재한 결과 이들이 공화당에 대해 논조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식 자체도 기업에 점차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과 기업의 긴밀한 파트너십은 수십년간 미국 자본주의를 형성하는 바탕이 됐다"면서 "기업들이 자유무역주의에 따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공화당의 개인의 자유와 반공주의와 맥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친노동자 정책이 잇따라 쏟아졌고, 대기업들이 정치·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깨어있는(Woke) 자본주의' 확산세가 공화당의 기조와 충돌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등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는 듯 했지만 미·중 무역갈등이나 이민 문제, 기후변화 이슈 등에 대해 기업이 부담으로 느낄 메시지들을 내놔 경영진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공화당과 기업의 관계가 더욱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디즈니와 론 데산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의 충돌이다. 플로리다 주의회가 공립학교에서 동성애 등 성적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디즈니가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 문제가 돼 이후 디즈니랜드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법안이 통과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외에도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했던 5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지원법의 경우 자국 기업에도 유리한 내용이 담겼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서 통과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공화당 의원 중 이에 찬성한 의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는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를 표했다.
기업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공화당 지지 세력이 노동자를 중심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공화당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갤럽 여론조사를 인용해 지난 50여년간 공화당원은 대부분 대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신뢰 수준을 보여왔는데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2009년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신이 높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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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 기업들은 새롭고 불안정한 정치적 현실에 적응하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정치적 반발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이슈에 대해 발언할 때 발생할 리스크를 검토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만들고 있다. 일부 로비스트들은 그동안 해왔던 양당 상·하원 대표들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대부분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의원들이 대표들의 의견에 따랐는데 요즘은 제각각 입장을 내놓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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