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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현실이었다…낮은 곳에 몰린 침수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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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오후 7시 대피했지만…두 시간 늦은 탓에 참변
"이 곳은 빈자의 동네…사회서 배제된 사람 모인다"
인근 값비싼 아파트와 일가족 참변 당한 곳 지대 고도 8m 차이
"반지하 넘어 '집'의 역할 고민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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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건물 반지하에서 A씨(47)와 A씨의 언니(48), A씨의 딸(13) 등 일가족 3명이 폭우로 인해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갑작스레 물이 차오른다고 지인한테 알리며 경찰과 소방에 신고했다. 하지만 집 안은 이미 물이 가득 찼고 소방은 배수 작업 후 이들을 발견했지만 사망한 상태였다. 이들과 함께 살던 A씨의 모친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어 참변을 피했다.


취재에 따르면 일가족의 반지하 집은 밖에서 들어온 물이 아니라 집 안 배수구에서 역류한 물에 침수됐다. 이 건물의 반지하엔 6가구가 살고 있는데 다른 집의 배수구도 역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오후 7시께 갑작스레 차오르는 물에 밖으로 나왔지만 피해자들은 늦게 알아챈 것이다. 일가족들은 현관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미 밖에도 물이 차올라 수압 때문에 밀어내지 못했다. 이후 좁은 창문 등으로 탈출을 시도했음에도 이 역시 실패하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곳 중에서도 가장 낮은 반지하…주민들 "예견된 죽음이었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반지하에서 침수로 인해 참변 당한 일가족의 옆집 역시 물을 퍼내고 있었다./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반지하에서 침수로 인해 참변 당한 일가족의 옆집 역시 물을 퍼내고 있었다./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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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예견된 죽음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인근에 도림천도 붙어 있고 지대도 낮아 수해를 입기 쉬운 동네였다는 것이다. 이 동네 통장은 폭우가 올 때마다 마을을 돌며 독거노인들을 깨울 정도라고 증언했다. 실제로 일가족이 살던 건물뿐만 아니라 옆 건물들도 침수 피해로 인해 바닥의 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주민 강모씨(70)는 "A씨의 언니가 지적장애인이라곤 하지만 거동엔 문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들은 두 시간 정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이유로 참변을 당하고 만 것"이라고 말했다.


깜빡하면 죽을 수 있는 이 곳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일가족이 살던 곳을 ‘빈자의 동네’라고 칭하며 해당 일가족이 살던 반지하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5만원 정도 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서 살아야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에겐 안성맞춤인 집이라는 것. 박씨는 "이 동네 반지하를 계약하러 오는 사람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아니면 조선족들이다"며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모여 부촌에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의 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반지하라는 주거 형태에 대한 고민…"정치권, '집'의 역할 고민하지 않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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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아파트와 비교해보니 이들의 낮은 위치는 확연히 드러났다. 최근 매매가 10억5000만원가량을 기록한 ‘신림 푸르지오1차’는 일가족이 참변 당한 곳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들 지대 간 고도 차이는 8m가량 났다. 이는 아파트 기준 약 2.8층 정도의 차이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한모씨(52)는 "신림 푸르지오1차는 지대 자체도 높아 지하 2층까지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이 곳이 침수된다면 저 밑 동네는 이미 물에 잠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지하라는 주거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난하면 반지하에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에 공공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고민해야 이 문제는 해결된다"며 "장기간 동안 공공이 어떻게 주택을 확보할 것인지, 무엇보다 집은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았던 정치권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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