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 없는 징계 서류… 대법 "가해자 방어권 침해 아냐"
檢 수사관, 동료에 수차례 성희롱으로 해임… "방어권 침해" 소송
재판부 "2차 피해 등 우려, 구체적 인적 사항 공개 신중 기할 필요"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동료 여성 수사관들을 상대로 수차례 성희롱과 언어폭력을 일삼아 해임 처분받은 검찰 수사관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징계 대상자의 징계 의심 정황이 특정됐다면 징계 관련 서류에 피해자의 실명 등 인적 사항이 지워져 있더라도 가해자의 방어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직 검찰 수사관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검찰주사보로 2018년 7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제주지검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던 중 ‘요즘 B 수사관이 나를 좋아해서 저렇게 꾸미고 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여성 실무관과 수사관, 후배 수사관들을 상대로 성희롱했다.
또 우월적 지위·권한을 남용해 후배 수사관의 당직 근무일에 술에 취한 채 술을 사 당직실로 온 다음 치킨을 주문해 당직실 테이블에서 술자리를 시작한 후 욕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바닥에 침을 뱉는 등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5월 해임 처분받았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원고가 각 징계혐의사실을 다투고 있음에도 처분절차부터 행정소송절차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등이 특정되지 않아 피해자 등의 진술을 탄핵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 원고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며 해임처분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 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신원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합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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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각 징계혐의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에게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 사항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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