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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가 서울 한복판에 있다고요?"

최종수정 2022.08.05 14:13 기사입력 2022.08.05 14:06

서울 중구 인현동 구불구불한 골목 안쪽 위치
가판대 운영 이정임 씨 37년째 생가터 표석 닦아
서경덕 교수 "생가터 더 알릴 수 있는 방법 고민 중"

서울 중구 인현동 인근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생가터. 복잡한 골목길 사이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생가터의 존재를 모른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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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순신 장군은 영웅 아닙니까? 더 많이 알려야죠." , "생가터, 서울에 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일본의 침략이 거칠 것 없던 암울했던 조선시대, 그저 상상속에서나 떠올렸을 '바다 위에 성' 거북선으로 이순신 장군이 왜구를 초토화하고, 격파하는 모습은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폭염으로 찌든 우울한 기분을 한번에 날려준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의 관객 동원 흐름이 심상치 않은 이유다.

그러나 정작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가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잘 활용되는 전략적 요충지, 명량대첩의 배후기지로 유명한 해남 전라우수영(전라남도 해남군 남문길 25-2)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순신은 1545년 3월8일(음력)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중구 인현동이다. 20~30대 MZ세대들 사이에서는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 인근이다. 서울역을 기준으로 이곳에 도착한다고 가정하면, 버스나 지하철로 1시간도 채 안걸리는 곳이다.


이순신 생가터가 있는 서울 중구 인현동 일대 골목. 구불구불한 골목이 많아 이 길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길을 헤맬 수 밖에 없다. 이순신 생가터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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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을지로에 도착해도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구불구불한 골목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고, 생가터는 그런 골목길에서도 더 들어가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을지로 일대를 자주 다니던 시민들 조차, 이순신 생가터에 대해 아예 처음 듣거나 존재 자체를 몰랐다. 4일 오후 을지로 4가역 인근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이순신 생가터가 서울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영화도 크게 흥행하고 있고 또 우리나라를 빛낸 영웅이 아닌가 꼭 가봐야 겠다"고 덧붙였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빛나는 불패신화의 옥포해전, 한산도대첩, 명량해전 등의 해전 역사를 기록한 바닥표석. 용맹한 거북선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진은 을지로 4가역 일대 바닥.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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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이순신 장군 떠올리면 광화문만 생각한다"면서 "을지로에 생가터가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40대 자영업자 최모씨는 "(명보) 극장 앞에 표지석, 거기가 이순신 생가터 아닌가"라면서 "골목 안에 진짜 생가터가 있다고 하니 한번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언급한 이순신 생가터 표지석은 중구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 앞에 있다. 이순신 생가터가 최종적으로 확정 되기 이전에 서울시가 1985년 이 일대에 설치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2017년, 4월28일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받아 이 표지석으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신도빌딩 자리를 이순신 생가터로 확정했다.


당시 안내판을 설치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예전부터 생가 터로 추정 중인 '서울시 중구 인현동1가 31-2'의 개인빌딩에 가로 50cm, 세로 60cm 크기의 주물 동판으로 제작한 안내판을 부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많은 역사학자들과 역사 관련 단체에서 오랫동안 답사하고 고증한 결과 현재의 위치가 이순신 생가터로 가장 적합하다고 추정해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인근에 있는 1985년에 만들어진 이순신 생가터. 이후 2017년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통해 해당 표석 인근에 있는 신도빌딩이 이순신 생가터로 확정됐다. 사진은 1985년부터 매일 표석을 관리한 이정임씨(87)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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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 이순신 아닙니까? 매일 관리해야죠" , "비둘기 배설물 있으면 보기 좋습니까?"


1985년에 만들어진 이순신 생가터 표석은 현재 '진짜 이순신 생가터'를 찾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중구 명보아트홀에 도착해, 골목길로 들어와 발품을 조금만 팔면, 실제 이순신 생가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 하나가 있다. 이 표석은 늘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둘기 배설물이나 낙서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수십 년 전 설치됐지만, 마치 오늘 표석을 세운 듯한 인상을 받는다.


수소문을 해보니 표석 인근에서 신문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임(87)씨의 헌신 덕분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이순신 표석을 관리한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올해로 37년째다.


이날 만난 이 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라를 구한 영웅의 표석 아닙니까, 제가 관리해야죠"라며 웃어 보였다. 표석에 비둘기 배설물 흔적이라도 있으면 이 씨는 손걸레를 들고 나와, 한참을 닦는다.


고령의 나이 탓에 무릎 관절염이 있지만, 그럼에도 허리를 구부려 연신 표석을 닦아낸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를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영웅이 나라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희생을 헌신을 했는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 표석 관리를)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맹세했으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견해도 이 씨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서경덕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가 을지로 골목 안쪽에 있어, 생가터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모르신다"면서 "대중에게 이곳을 많이 알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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