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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유출 '솜방망이' 법 개정 '허송세월' 더는 안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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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국외로 빼돌려도
최고형량 절반 수준 판결 그쳐

산업계, 정치현안 후순위 밀릴까 우려
"고급 인력 지켜야 높은 기술력 확보"

반도체 기술유출 '솜방망이' 법 개정 '허송세월' 더는 안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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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반도체 첨단기술을 빼돌려 중국 수출용 장비를 개발한 협력업체 대표 A씨는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피해 회사가 영업비밀로 관리하던 첨단기술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활용해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끼칠 위험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유관 법령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서 엄금하는 원칙을 어기고도 1심에서 법이 정한 최고 형량의 절반 수준의 벌을 받은 셈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파운드리 소속 B직원은 올 초 회사 보안 서버에 업로드된 반도체 관련 대외비 자료를 무더기로 열람하다가 덜미가 잡힌 사실이 지난 3월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국가 핵심기술 유출과 관련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4월 검찰에 이첩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불법적 방법으로 취득·활용'한 사례다.


회사의 내부자나 자회사, 협력업체 관계자가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을 외국에 버젓이 팔아넘겼는데도 '솜방방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중심에는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산업기술보호법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유관 기관까지 나서서 "법 개정 검토"고 못을 박고 나섰다.


산업계는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의 필요성을 요구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선례를 더이상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만큼은 정치권에서 개정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래 인력 육성안만 만들고 기존 인력 관리에 소홀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에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이 공론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핵심기술과 우수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보호 입법이 필요하다"며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해당 법안 개정 작업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지난 2020년 5월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 뒤 12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건(고민정 의원안)이 철회된 것을 비롯해 9개는 소관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심사, 2개는 접수 단계에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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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안은 지난 6월7일 발의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한 안이다. 36조 1항의 처벌 기준을 구체적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국가핵심기술을 불법적으로 외국에 빼돌린 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및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한다. 또 산업기술을 판 이에겐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되도록 설계돼 있다.


홍 의원안은 핵심기술은 '5년 이상·30억원 이하', 산업기술은 '20년 이하·20억원 이하'로 양형 기준을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홍 의원안은 '국외에서 (기술이)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빼돌린 자에서 '국외에서 (기술이)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 유출한 자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자는 내용의 다른 계류안보다 강력하다는 평을 받는다.


정치권이나 산업계 모두 개정안 발의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과연 정치 현안들 가운데 이 안이 법안 처리 우선 순위로 올라설지는 미지수다. 경제 관련 민생 법안 중 국회 문턱을 넘은 최근 사례인 지난 2일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한도 30%에서 50% 확대안' 처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 가능성이 제한적이어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다만 산업계는 해당 규정을 강화하려 하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포착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특히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기술을 본따 7나노 미세 공정에 성공한 것으로 의심받는 중국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사례 등 때문에 중국 같은 후발 국가 견제 및 국내 산업 수호를 위해 법을 강도 높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든 산업계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 불리고 있고,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려면 '사람'을 반드시 갖춰야만 한다"며 "최근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 고급 인력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대책을 내놔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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