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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시장 원칙을 내세우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를 폐지하는 논의를 공론화하기 시작했고,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보고서까지 나왔다. 중·소상공인을 보호해온 장치들이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허물어질까 우려스럽다.


국무조정실은 4일 세종청사에서 첫 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찬반 의견을 들었다. 3시간 30분 동안 양측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고 한다. 대형 유통업계는 각종 지표와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도의 효과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왜 하필 이 시점에’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하고 손실보상에 대한 불만까지 쌓인 상태에서 이젠 골목상권을 놓고 대기업과 싸워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와 시장 원칙을 강조한 미국의 보수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도 취임 첫해인 1981년 ‘규제폐지전담반’을 만들었다. 기업 활동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가장 먼저 석유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철폐했고, 불필요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사문화된 규제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 적어도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을 침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식은 아니었다.


지난 3일에는 기획재정부 산하 KDI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며 점진적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일부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시장 진출 자제를 권고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는 동반성장위원회가 10년 넘게 운영해온 제도다. 국책연구기관이 타 부처 소관 제도에 대해 폐지까지 운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적합업종별 자세한 분석 없이 전체 생산성만을 따져 결론을 낸 점도 문제다. 자유시장경제와 규제 철폐, 성장 사다리를 지향하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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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공인 보호 장치 제도를 개편하려면 사회적 갈등 비용, 양극화 문제 등도 고려돼야 한다. 국가 경제 발전은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골목상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를 늘려야 이룰 수 있다. 부디 ‘정부가 대기업 편에 서서 규제 철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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