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고 있는 29일 수승대 관광지 구연서원을 무대로 오페라와 판소리 융합 음악극 '춘향전'이 공연되고 있다. /김용우 기자@

32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고 있는 29일 수승대 관광지 구연서원을 무대로 오페라와 판소리 융합 음악극 '춘향전'이 공연되고 있다. /김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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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영남취재본부 최순경 기자] ‘한번을 보아도 내 사랑, 열번을 보아도 내 사랑 …. 사랑 사랑 우리 사랑, 잘되어도 우리 사랑, 못되어도 우리 사랑’.


29일 밤, 때아닌 ‘사랑타령’이 거창 수승대 물소리를 내쫓고 있었다. 연극 무대로 쓴 고택 처마를 긴 앞머리칼처럼 쓸어내리는 빨간 백일홍에 까만 어둠이 내려앉았다. 플라스틱 객석에 꽉 찬 관객들 위로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앞세운 은하도 내려다 보고 있었다.

32회 거창국제연극제 ‘음악극 춘향전’이 남과 여, 노소를 애태운 밤이었다.


무대는 조선조 유학자 요수(樂水) 신권(愼權, 1501~1573)이 서당을 세워 제자를 가르쳤던 서원을 그대로 썼다. 바로 앞의 깊은 못엔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그래서 요수가 죽은 150년 뒤 구연(龜淵)서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가 이날 밤 오페라와 판소리 퓨전 음악극 ‘춘향전’의 무대였다.

무대 곁 20여명의 교향악단이 자리한 뒤편 ‘산고수장(山高水長)’이 새겨진 커다란 비석은 이 연극제가 어디서 열리고 있는 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자연, 인간, 연극’이란 모토로 수려한 자연을 품은 거창 수승대 일대가 모두 무대이자 관객석이다.


예부터 신관 ‘사또’들이 두 번 울고 가는 동네가 거창이다. 당시 ‘오지’에 발령받은 사또는 억울해서 울면서 부임했다 떠날 때는 수승대와 헤어지기 싫어 또 울었다는 얘기는 후세까지 전해지는 가십이다. 거창연극제가 32회째 이 수승대에서 열리고 있다.


7월 22일 개막한 32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오는 8월 5일 막을 내린다. ‘거창’ 연극제는 1989년 다른 이름으로 시작됐다 1995년부터 국제연극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표권 갈등과 분쟁으로 갈등을 겪은 데다 코로나19로 치명상을 입으면서 4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아름다운 자연과 운치 있는 무대, 물 속의 공연 관람 등 피서와 함께 세계 수준급 퍼포먼스에 매료됐던 관객에겐 안타까움이 컸던 연극제였다.


이날 오후 8시 구연서원 입구 관수루가 춘향전 무대로 쓰였다가 20여분 뒤 모든 객석 의자를 뒤로 돌려 구연서원을 배경으로 오페라와 판소리가 이어졌다. 한 연극에서 무대를 객석 앞과 뒤 2개로 진행하는 기발한 광경이었다.

32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고 있는 29일 수승대 관광지 구연서원의 관수루를 무대로 오페라와 판소리 융합 음악극 '춘향전'이 공연되고 있다. /김용우 기자@

32회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고 있는 29일 수승대 관광지 구연서원의 관수루를 무대로 오페라와 판소리 융합 음악극 '춘향전'이 공연되고 있다. /김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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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춘향전은 오페라와 판소리를 콜라보한 연극이었다. 진행과 해설은 정치인 이름과 같은 소리꾼 홍준표가 맡았다. 연극을 시작할 때 ‘홍준표’라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름이 좋죠?”라고 하자 객석은 웃음판이 됐다.


이날 구인모 거창군수가 끝까지 연극을 관람했다. 구 군수는 예전 연극제와 같은 활력과 관람객을 잃은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웃으며 대답했다.


“상표 갈등 때문에 4년의 공백이 있었고 코로나 여파로 이번 연극제가 전보다 ‘조용한’ 것은 맞다”면서 “오늘 연극은 고전극 춘향전을 거창연극제가 기획해 새롭게 해석한 오페라 판소리 융합극으로 300명 관람석 전부 찰 정도로 성공이었고 이런 수준높은 공연들을 새로운 거창국제연극제 부활의 시동으로 보면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에선 총 11억원의 예산으로 해외 8개국 56개 단체가 참가해 공식공연과 프린지 공연 75회가 진행된다. 1인극부터 마당극, 가족극, 음악극, 뮤지컬, 무용, 마임, 서커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관객을 맞고 있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이스·네일 페인팅, 딸기청 에이드 만들기, 가면 꾸미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축제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공식공연과 프린지 행사 등이 수변무대, 태양극장, 구연서원 등 수승대 일대와 거창창포원 등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양 떠난 니(너) 서방인지 지랄인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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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차림의 이몽룡을 본 춘향의 엄마 월매가 또 사위가 과거시험에 낙방한 줄 알고 괄시하는 멘트를 날리자 폭소가 터졌던 객석은 ‘생사계’, ‘쌈구경가자’ 등 8월 5일까지 새 연극들을 주인으로 맞는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영남취재본부 최순경 기자 tkv01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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