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기준금리 역전…'자금유출·경기둔화' 고심 깊은 한은
美Fed 자이언트스텝에 한미 금리역전
한은·정부 "시장예상 부합…영향 제한적"
다만 국내외 불확실성에 자금유출 우려도
물가, 경기둔화 사이 한은 금리인상 고심
8월 빅스텝 가능성 낮아…0.25%p 전망
한미 기준금리가 2년 반 만에 역전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과거사례를 들면서 금리역전에 따른 금융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와 공급망 불안 등 대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과거보다 금리역전에 따른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급격히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경기둔화 전망도 점차 커지고 있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은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한은 "美금리인상 영향 제한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미 Fed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졌지만 국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Fed가 간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2.25~2.50%로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자, 역대 4번째다. 이전에는 ▲1996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과거 세차례 역전이 있었지만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오히려 순유입을 유지했다"며 "경제 펀더멘털과 적절한 대응이 자본유출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Fed의 금리인상 이후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3원 내린 1,30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원본보기 아이콘물가·경기 이중고…과거와 단순비교 힘들어
다만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주요국들도 금리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경우 향후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선 우리보다 금리가 높은 나라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불안,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은 과거 없었던 일인 만큼 이전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전날 강연에서 "다른 나라 금리가 빨리 올라간다는건 우리나라의 상대적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보단 내외금리차에 대한 민감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승헌 부총재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Fed의 금리인상 속도 및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음달 금통위…한은 빅스텝 가능성은
이에 따라 다음달 금통위에서 결정될 한은의 금리인상 폭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3.12%로 추정하고 한국이 양국 간 적정금리 차이를 따를 경우 국내 기준금리는 3.6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준으로 1.4%포인트 추가 인상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연말까지 예정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는 세 차례(8ㆍ10ㆍ11월) 뿐이다. 한경연 분석대로 적정금리 수준을 맞추려면 남은 세 차례 금통위 모두 빅스텝을 밟아야 가능해진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선 금통위가 당장 다음달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총재가 지난 금통위 직후 "금리역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미국의 금리인상폭도 당장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가가 3분기를 고점으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과 내년 상반기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빅스텝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주요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체감 경기는 두달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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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은도 물가안정 의지를 보여야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이어지겠지만 Fed가 자이언트스텝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이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우리의 경우 최근 경제 전반의 체력이 너무 약해져 있고 당국이 경기침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인상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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