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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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법원이 중국 기업 부실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깡통 어음'을 운용한 국내 자산운용사에 "투자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차문호 이양희 김경애)는 투자자 50여명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총 6억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구액 중 4억55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산운용자가 투자 대상 자산을 선정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신용평가사 등이 제공한 정보만을 맹신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게 된다면 이에 책임을 지고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이전에는 해당 펀드가 중국 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례적인 투자였던 만큼 특별히 주의를 다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제3자가 제공한 자산 정보를 그대로 신뢰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사항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도 충분하게 조사한 다음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용평가서들과 기업보고서를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ABCP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것들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주의를 다하지 않고 투자에 나섰다"고 부연했다. "CERCG의 채권의 1차 부도 사실과 내용을 제때 알지 못해 투자자들의 손해 확대를 방지할 기회를 놓쳤다"고도 했다.


다만 채권형 펀드는 채권의 지급불능으로 인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점, 투자자들도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받은 점, 골든브릿지가 투자자들의 손실을 이익으로 취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70%로 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울고법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좀 더 보호할 수 있는 펀드 운용을 유도하고, 특히 이례적 투자대상 자산을 선정할 때는 특성화된 세심한 주의를 할 의무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투자자들은 2018년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기초로 국내에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가 나면서 손해를 봤다. 당시 1650억원에 이르는 CERCG 채권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했고, 이 채권을 매수해 운용한 펀드 운용회사들도 줄줄이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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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심은 골든브릿지가 문제의 펀드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2개 신용평가사 기업보고서와 신용평가서를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CERCG의 신용도가 안정적이라고 믿고 투자했다고 판결했다. 자산운용사가 나름대로 신용도 평가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펀드 부도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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