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에 예민한 한국인…'노치킨' 보이콧까지 나왔다
韓 사회 뜨거운 감자된 '닭'.. 청와대까지 개입한 사례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물가 급등의 여파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자 일부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프랜차이즈 치킨을 보이콧하는 '노치킨' 캠페인까지 나타났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보이콧 프랜차이즈 치킨'이라는 이미지가 올라와 누리꾼의 이목을 끌었다. 이 이미지는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을 패러디한 캠페인 포스터로, 프랜차이즈 치킨 구매를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이미지에는 "주문 안 합니다. 먹지 않습니다", "치킨값 3만원 시대, 소비자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 등 문구도 적혔다.
이른바 '노치킨 포스터'로 알려진 이 이미지는 조회수 20만회, 댓글 300개 이상을 넘기며 화제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양, 품질 모두 그대로인데 가격만 오른다", "값을 올려도 다들 사 먹으니 (업체들이) 눈치를 안 보는 게 아닌가" 등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치킨 가격을 약 1000~2000원가량 인상했다. 여기에 3000~4000원 이상의 배달비까지 얹히면서 치킨 한 마리 가격은 2만5000원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서민 음식의 대표격이던 치킨이 고가 요리가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치킨값에 민감한 韓…정부까지 뛰어든 '통큰치킨' 논란도
사실 치킨 가격은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의 민감한 논쟁 주제였다.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강하게 반발한 반면, 프랜차이즈 및 가맹점은 치킨값을 올리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다며 맞서 왔다.
지난 3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치킨값은) 지금 2만원이 아닌 약 3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자 누리꾼들은 "가격이 안 맞으면 사업을 접으라", "그렇게 남겨놓고 더 남겨 먹겠다는 거냐" 등 날 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2010년 롯데마트가 내놓은 치킨 브랜드 '통큰치킨' 논란은 치킨값 저가 경쟁에 맞서 프랜차이즈·가맹점이 반발한 대표적 사례다. 통큰치킨은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많은 양으로 승부를 보는 전형적인 '가성비형 치킨'이었다. 당시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 가격은 이미 1만5000원에 육박했고, 그보다 3분의 1가량 저렴한 통큰치킨은 소비자의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측은 이에 대해 '대기업이 저가 공세로 영세 자영업자의 상권을 위협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가맹점주들이 판매 중단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를 '덤핑(부당염매)'으로 간주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통큰치킨 논란'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쓴 글에서 "영세 닭고기 판매점이 울상을 지을 만하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 사진=트위터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정부도 통큰치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롯데마트는 닭 한 마리당 12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판매를 한다. 영세 닭고기 판매점이 울상 지을 만하다"라며 "혹시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이어 정부까지 비판에 나서자, 결국 롯데마트는 통큰치킨 판매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기업들, 사회적 책임도 고려한 신중한 가격 책정 필요"
전문가는 치킨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특별한 위상 때문에 소비자들이 다른 음식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대중 정서에 친숙한 제품을 판매할 때는 가격 책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닭고기는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비해 조리 방법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주요한 단백질 섭취원으로 쓰인다"라며 "한국 또한 예로부터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닭백숙을 먹는 전통이 있었고, 치킨은 '서민 음식'으로 한국 정서에 특히나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치킨 가격 인상 또한 이런 대중 정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 당시 영업 수익이 증가했는데, 이번 물가 상승 시기에 일제히 가격을 높이면서 더욱 반발을 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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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프랜차이즈가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상,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을 높이면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소비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라며 "기업들은 수익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폭넓게 고려해 신중히 가격을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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