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도 22년 만에 빅스텝 '만지작'
인플레·러 가스 공급 중단 여파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마침표'
유로 한때 1% 넘게 반등…BOE 총재도 "빅스텝 선택지 중 하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1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지난달 예고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방침을 깨고 0.5%포인트 인상(빅스텝)을 결정할 것이라고 주요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고 되레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으로 악화할 위험이 커진 만큼 ECB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날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탯은 6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인 8.6%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큰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금리차가 벌어지는 위험도 줄여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지난 5월 22년 만에 빅스텝을 결정했고 지난달에는 한발 더 나아가 28년 만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Fed와 ECB의 기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유로화는 최근 20년 만에 달러와 등가(패리티)를 이루기도 했다. ECB의 빅스텝 전망이 나오면서 이날 유로화는 한때 1% 넘게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Fed 외에도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달 예상밖의 빅스텝을 결정했고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주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을 결정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ECB가 빅스텝을 결정하면 현재 -0.5%인 예금금리가 0%로 상향조정돼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끝난다. ECB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이며 빅스텝은 2000년 6월 이후 22년만이 된다.
다만 빅스텝을 결정할 경우 그리스, 이탈리아 등 채무가 많은 유로존 일부 회원국의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무 비용이 늘 수 있다는 점은 불안요인이다. 정국 불안 우려까지 겹친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0.05%포인트 오른 3.33%를 기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당시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며 이후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된다면 9월 회의에서 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라가르드 총재는 7월 빅스텝을 배제한듯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좋고 대부분 중앙은행이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연례포럼에서는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다소 달라진 입장을 표명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을 결정하더라도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픽텟 자산운용의 프레데릭 두크로젯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이미 오래전에 빅스텝을 결정했어야 한다"며 "결정 시기와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하루 뒤인 21일 전문가들의 경제전망 설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장기 물가상승률 기대치가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크로젯 이코노미스트는 "ECB 정책위원들이 이미 설문 결과를 알고 있다면 빅스텝에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설문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다음 달 빅스텝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시티오브런던 시장의 관저인 맨션 하우스에서 열린 연례 만찬 행사에서 "BOE가 1997년 통화정책에 관한 독립성을 확보한 뒤 물가 통제와 관련해 가장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간단히 말해서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빅스텝이 우리의 선택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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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지난 4월에 9%대에 진입, 현재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다. 20일 공개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보다 0.2%포인트 올라 9.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BOE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해 오는 10월 11%를 돌파하며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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