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만족감, 기존의 가치 기준과 달라
청년에게 기존 문법 강요할 수 없어

[정지우의 MZ칼럼] 묘한 행복의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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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는 행복하다. 청년들의 절망에 관해 여러 담론들이 오가고 있지만, 묘하게도 청년 세대의 행복도는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이후 2020년에 이르기까지 2030세대의 ‘행복하다’ 또는 ‘만족하다’의 비중이 계속 오르고 있다. 1~10까지의 행복도 중 6점 이상 부여한 답이 20대는 77%가 넘고, 30대는 76%에 이른다. 전체 평균 70%보다 높고, 다른 모든 세대보다 20대와 30대가 가장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조사의 몇몇 부분들은 묘하게 이런 결과와 불일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령 20대와 30대의 과반수 가까이는 ‘개인 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의 과반수가 취업 기회 등에서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보았다. 달리 말하면, 이들의 행복감과 만족감은 기존의 가치 기준과 다른 면이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포기해서 행복하다.


역사상 가장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세대는 이제 그 모든 걸 그만두고 본인의 행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달리 말하면, 많은 청년들이 기존 우리 사회의 ‘기준’을 충족시킬 만한 ‘각’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부터 월급을 아무리 모아봐야 번듯한 집 한 채 가질 수 없고, 자녀들이 태어나면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같은 것을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고 깔끔하게 포기한 것이다. 그 대신 본인을 위한 당장의 해외여행과 명품 구입, 취미 생활 등에 돈을 쓰면서 행복과 만족을 얻는다.

실제로 2030 세대의 해외여행 비중이나 명품 구입 비중은 상당히 높은데, 그것은 이들이 부자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에 눌러앉은 기성세대에 비하면 가진 자산이라고는 한 줌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영원히 ‘취득 불가능한’ 부동산에 매달리거나, 열악한 환경이 예정된 육아 같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행복을 쟁취한 셈이다. 청년들을 그와 같은 상황으로 이끌어간 결과, 우리 사회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례 없는 저출생 국가가 되기도 했다.


청년들에게 너무 높은 이상을 갖지 말고, 적당히 만족하면서 지방에 작은 빌라를 얻어 아이 둘 낳아 소박하게 벌면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삶이 누군가에게는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양극화의 시대, 모두가 드높은 이상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이 미래 계획조차 불투명한 이런 시대에, 굳이 그런 삶을 택하지 않는 청년들을 탓할 근거는 없다. 누구도 타인에게, 미래 세대에게 불행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청년들은 나름대로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꾀하는 최선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전 세계에서 거의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가장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당장의 표몰이와 큰 상관이 없는 이 미래 문제에 깊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당장 ‘저출생 쇼크’라는 것은 몇 년 또는 몇 십년 뒤에 본격적으로 닥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나라는 묘한 행복의 나라가 되고 있다. 기성세대는 기성세대대로 자산 폭등 등의 혜택을 누리면서, 청년세대는 청년세대대로 각자도생과 현재의 행복에 몰두하면서, 대한민국은 행복의 나라로 완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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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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