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기준금리 오르자 예금금리 즉각 인상
반면 대출금리는 깎아주거나 인하해주겠다고
금융권 "예금금리 올리면 결국 대출금리도 ↑"
대출금리 더 내리자니 "시장 질서 왜곡·배임"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는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올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는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올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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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거듭된 압박에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면서 발 빠르게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역행하는 은행권의 정책이 유리해 보이지만 결국 시장왜곡 현상으로 부담을 지게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들의 금리조정 정책이 ‘눈속임’에 불과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포인트(p) 올리자 즉각 예금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14일부터 22개 적립식 예금금리를 0.25~0.80%p 올렸고, 우리은행도 같은 날 예금금리를 0.25~0.50%p, 적금금리는 0.20~0.80%p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지난 8일 선제적으로 예·적금 상품 25개 금리를 0.70%p 올렸다.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 속도는 과거보다 확연히 빨라졌다. 통상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변동되면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데 최소 일주일이 소요됐다. 대출금리에 미칠 영향과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악화 여부, 영업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26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만 해도 당일 예·적금 금리 인상을 발표한 곳은 NH농협은행뿐이었다.


반면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올랐음에도 인하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담대를 이용하는 차주의 금리를 1년간 5%로 일괄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연 7%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실행한 개인사업자 금리를 최대 1%p까지 낮췄고, 우리은행도 주담대 최고금리를 연 7%대에서 5%대로 인하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한시적 금리 인하 조치를 연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메시지와 관련이 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 국내은행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 등 오해의 소지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발언 이후 케이뱅크가 곧바로 대출금리를 최대 0.41%p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예금금리 오르니 좋다?…"결국 대출금리 인상 부메랑"

문제는 빠른 예·적금 금리 인상이 금융소비자에게 높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빠르게 확 올려주면 예대금리차가 좁혀지면서 금융소비자에게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면서 “대출금리 산정구조를 보면 자금조달과 관련된 부분이 있고 예·적금이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국은 (수신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지적했을 때가 대표적인 예다. 이찬우 수석부원장은 은행권의 여신담당 부행장들에게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정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이에 은행권이 대출금리 속도 조절에 나서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예금금리(저축성수신)와 대출금리(가계)의 차는 2.04%에서 지난 5월 2.12%로 더 늘어난 상태다.


대출금리 조정이 일부 차주에만 국한돼있어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가장 먼저 대출금리 인하 행렬에 나섰던 신한은행의 경우 혜택대상이 약 3000여명 정도다. 전체 대출자에 비춰보면 수혜자는 약 1% 남짓이다. 은행이 1%p의 이자를 대신 부담한다고 해도 3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은행들의 금리 인하 정책도 대부분 일부 차주에 국한돼있거나 신규대출인 경우가 많아 기존 차주들의 부담이 덜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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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전체적인 대출금리까지 인상억제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정치권까지 나서 은행의 고통분담을 요구해 일부 차주의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큰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리 은행업이 규제산업에 속한다 할지라도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행위”라면서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은행이 이익을 조금 내라고 하지만 그건 주주에 대한 배임에 해당한다”고 토로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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