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갈등 유발' 건설노조..."이러다 다 죽어~"
어느 모 중견 건설회사 임원인 졸업생과 오랜만에 전화로 안부를 나눈 바 있다. 담당하고 있는 거의 모든 현장에서 10%가 넘는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서 매일매일 경영진에게 보고하느라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대형 건설사들도 이미 수천억대 적자가 예상되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였다고 한다. 올해 회사마다 심각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하니, 작년에 꽤 높은 취업률로 고무되어 있던 필자에게는 적잖이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 물가 상승 여파로 건설회사마다 원가 관리에 비상인 상황이다. 각 사마다 철근, 레미콘 등 건축자재비가 크게는 세배 이상 널뛰기하는 바람에 적자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세진 임금 인상 요구와 건설노조의 무리한 노조원 챙기기 행태로 인해 현장이 느끼는 압박의 강도는 한계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중대재해법을 비롯한 이중삼중 현장 안전장치 강화로 인해 관리자의 업무는 배가되어 신규 인력의 건축 현장 이탈현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건설산업이 진퇴양난의 위기에 봉착한 듯하다. 직간접적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러다가는 정말 다 죽는' 꼴을 면치 못할 듯 보인다. 건설 노무인력은 공사원가는 물론이고, 건축물의 품질이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나, 공사 현장에서 느끼는 건설노조로 인한 갈등은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건축사업은 그 속성상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건설노조는 정상적 업무에 차질을 빚도록 떼를 쓰거나 현장의 약점을 핑계 삼아 겁박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장 관리자는 경쟁력 있는 우수한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반면, 노동자는 적정한 대가와 보상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경쟁관계에 기반해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생기는 반면, 그렇지 못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도 현존할 수밖에 없다.
노조의 역할은 이러한 약자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함과 동시에 성실히 일하는 근로자가 제대로 대우받도록 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노조원 권리 수호를 핑계 삼아 사업장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노조원 상호 간 일 덜하기 경쟁을 유도하는 행위, 집행부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익 추구 행위 등의 모습으로 인해 노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이렇듯 노사 간 상생 파트너십 관계 형성은 뒷전이다 보니, 사용자가 노조원들로부터 뛰어난 노동력을 제공받고자 하는 기대는 접은 지 오래인 듯하다. 결국, 노조원으로 채워진 현장은 비노조원이 중심인 현장보다 훨씬 뒤처지는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의 노동 생산성이 수년째 하락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전산업 분야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3.5% 증가한 반면에, 건설분야의 노동생산성은 7.2% 감소했다. 2016년에 산업별 대동소이했던 노동생산성은 건설부문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고, 그 격차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건설 노조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일리노이주의 경우, 노조원 생산성이 비노조원보다 16.7% 정도 높다고 한다. 이는 노조가 긍정적 역할을 통해 스스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국내의 실정은 어떠한가? 비노조원에 비해 노조원의 생산성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즉, 노조원으로 채워진 현장은 그렇지 않은 현장에 비해 원가가 2배 이상 더 들어간다는 얘기이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지난 주 라스베가스 출장에서 어느 택시 기사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미국의 택시기사 노조들은 우버를 반대하지 않느냐?” 라는 물음에 택시기사는 “택시기사와 우버기사가 경쟁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경쟁이 되니까 승객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되고, 운전 기사 수입도 오히려 더 늘고, 시간 관리도 가능해져 전보다 더 여유로와졌다고 한다. ‘노동자는 약자라 선하고, 사용자는 강자라 악하다’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노사가 따로 없다.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되어서 노조원이라 피하기보다는 노조원이기 때문에 믿고 쓰는 건설 문화로의 변화를 희망해본다. 건축 현장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건설회사의 볼멘소리는 이제 일상화돼 있다. 경제상황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모두가 힘을 합해 이 위기를 견뎌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이러다 다죽어~’라고 외치는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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